안면 홍조, 불면증 등 갱년기 증상…기·혈 다스리는 한방으로 치료하세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4면

일러스트=강일구

동대문구 회기동 김미화(44)씨는 한 달 전부터 얼굴이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몇 달 전부터 폐경이 시작됐다는 김씨.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며칠 지나면 나아지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점점 더 얼굴이 화끈거리고 몸에 열까지 나고 밤에 잠도 잘 오지 않게 됐다. 한 달 이상 증세가 지속되자 몸이 많이 피곤하고 금세 지치는 듯해 병원을 찾았다.

 경희대학교 한방병원 한방부인과 황덕상 교수는 “김씨의 증세는 갱년기의 가장 전형적인 특징”이라며 “갱년기 여성의 85% 이상이 김씨와 같은 안면홍조 증상을 보이는데 이는 폐경, 즉 여성의 생식기 기능 소멸로 인해 기혈순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생기는 증상”이라고 설명했다.

 한의학에서는 갱년기를 폐경 전후 여성의 생식기능이 쇠하면서 기와 혈의 기운이 약해지고, 음양의 균형이 깨진 상태로 본다. 기혈 순환이 원활하지 않으면 자궁맥과 오장의 기능이 약해지기 때문에 열과 한기를 조절하지 못하거나 심장박동이 불규칙해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 외에도 성기 종양·기억력 감퇴·불면·어지럼증·귀울림·두통·요통·근육통·관절통 등 다양한 심신의 증상이 있을 수 있다.

 한방에서는 이러한 갱년기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주로 한약요법과 침구치료를 한다.

 목단피·백출 등이 주요 약재인 가미소요산 처방으로 간이나 담에 혈이 고여 있는 것을 풀어주고 열을 다스린다. 침구치료는 손목 안쪽에서 팔꿈치 쪽으로 6㎝ 정도 올라간 지점인 ‘내관’과 발목 안쪽의 ‘공손’ 혈자리를 중심으로 장기마다 이어진 경락에 침과 뜸으로 기가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게끔 한다.

 황 교수는 “갱년기의 한방치료는 증상 개선뿐 아니라 몸의 불균형을 바로잡아 전반적인 건강 증진 효과가 있다”며 “특히 고혈압이나 당뇨·고지혈증 등 호르몬 치료가 금기시되는 질환을 가진 환자에게 안전한 치료법”이라고 말했다.

고종관 기자
일러스트=강일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