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에 길이 있다] 성조숙증 나타난 여자아이 … 비만여부 따라 약처방 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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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린이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은 성조숙증이다. 과거엔 영양 결핍으로 키가 자라지 않았지만 지금은 영양 과잉 탓이 크다.

 지난 5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성조숙증으로 치료받은 환자가 2006년 이후 4년 만에 약 4.4배 늘었다. 이제는 성조숙증도 어린이 비만처럼 사회가 관심을 가지고 해결방법을 찾아야 할 때다.

일러스트=강일구

 성조숙증은 호르몬의 변화가 원인이다. 따라서 양방에서는 성호르몬 분비를 억제하는 약물을 쓴다. 한방에서도 원리는 같다. 다만 천연약재를 통해 호르몬 작용을 억제하는 것이 다르다.

 본원에선 2008년 1월부터 2011년 6월까지 성조숙증 여아 721명을 마른 그룹(516명)과 비만 그룹(205명)으로 나눠 치료 결과를 관찰했다. 그 결과 마른 아이와 뚱뚱한 아이에게 호르몬 억제 한약을 다르게 처방했을 때 더 좋은 치료효과를 얻었다.

 마른 그룹의 성조숙증을 유발하는 원인은 스트레스와 환경호르몬, 혹은 다양한 알레르기다. 따라서 허열증상을 판단해 청열조경(淸熱調經)요법으로 치료했다. 평균 1년간 치료한 결과 여성호르몬 E2(Estradiol)는 24.49pg/mL에서 27.35로 약간 오르고, 난포자극호르몬(FSH)은 3.64에서 4.45로 0.81만 증가했다. 또 황체형성호르몬(LH)은 1.36에서 2.63로 1.2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치료과정에서 여성호르몬이 5분의 1로 준 것이다. 또 비만도가 90.6%에서 87.8%로 낮아졌다.

 비만 그룹은 체지방을 줄이면서 여성호르몬을 억제하는 감비조경(減肥調經) 요법을 썼다. 치료 전 비만도는 110.8%에서 104.6%로 낮아졌다. E2는 19.76pg/mL에서 23.15로 현상 유지했고, FSH는 3.23mIU/mL에서 4.04로, LH는 1.60mIU/mL에서 2.72로 세 가지 모두 진행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었다.

  치료 결과 비만 그룹은 성장호르몬 IGF-1이 290.5ng/mL에서 373.5로 29.4%가 증가했고, 마른 그룹은 24.7% 증가해 키는 연평균 7.2㎝ 자랐다. 여성호르몬 분비가 억제돼 조기에 사춘기가 오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처방된 감비조경의 주재료는 율무·인진쑥·강황 등으로 콜레스테롤이나 지방분해를 도와준다. 특히 약재를 통해 살을 빼면서 여성호르몬을 낮추는 효과가 있었다. 열을 풀어주는 지모·황백·형개와 같은 약재를 이용한 청열조경 요법은 머리의 열을 가라앉혀 호르몬 교란을 바로잡는다.

 최근까지도 성조숙증은 비만 어린이에게만 나타나는 현상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마른 어린이도 성조숙증이 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성조숙증은 성장판을 빨리 닫아 최종 키를 작게 하기도 하지만 성인이 됐을 때 유방암이나 조기폐경이 나타날 확률을 높인다.

하이키한의원 박승만 원장
일러스트=강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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