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렴구균 백신 없을 땐, 아기에게 맘 편히 뽀뽀도 할 수 없었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8면

[중앙포토]


폐렴구균은 어린 자녀를 둔 엄마들에겐 널리 알려진 세균이다. 과거엔 폐렴구균에 의한 질병에 걸리면 항생제에 의존했다. 2000년 첫 폐렴구균 예방 백신(화이자사의 『프리베나7』)이 나오면서 ‘폐렴구균과의 전쟁’은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 이달 초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29회 유럽소아감염병학회(ESPID)에선 이 백신의 ‘10년 성적표’가 집중 조명됐다.

접종 3년 뒤 폐렴구균 10% 미만으로 급감

학회에서 이스라엘 소로카대학 론 다간 교수(소아과)는 “폐렴구균은 성인이 아이를 안거나 입 맞출 때 전파된다”며 “아이가 부모·조부모에게 ‘바이오 테러리스트’가 될 수 있다”고 비유했다.

 하지만 폐렴구균 백신을 맞으면 아이와 안심하고 스킨십을 할 수 있다. 백신 접종 3년 뒤에 조사한 어린이 콧속 폐렴구균 보유율이 10% 미만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네덜란드). 백신을 맞지 않은 어린이의 콧속 폐렴구균 보유율은 30~50%에 달한다.

 폐렴구균이 원인인 질환 가운데 증상이 최악인 것은 수막염·패혈증 등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IPD)이다. 발생률 최다는 중이염·폐렴이다.

 초기(2000년)부터 폐렴구균 백신을 국가 의무접종 대상으로 삼은 미국은 2∼3년 만에 IPD 발생률이 급감했고 현재는 거의 사라진 상태다. 독일 아첸대학병원 마르크 린덴 박사는 “2001년 유럽에서 폐렴구균백신이 도입된 뒤 IPD가 87% 줄었고, 이런 효과는 어린이뿐 아니라 성인에게도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항생제 내성률 낮추는 역할도

우리나라는 항생제의 약발이 잘 듣지 않기로 소문난 국가다. 다간 교수는 “백신 접종 뒤 한국에서 폐렴구균에 의한 질병이 줄어 항생제 처방 빈도가 감소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백신이 항생제 내성률을 낮추는 효과를 발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회에선 폐렴구균 백신이 인플루엔자(신종 플루 포함) 등 바이러스성 질환의 예방에도 유효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다간 교수는 “세균(폐렴구균)과 바이러스가 공동으로 감기·독감·폐렴 등 호흡기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며 “(폐렴구균) 백신 접종을 통해 세균 감염이 예방되면 세균과 바이러스의 연결고리가 끊어진다”고 설명했다.

세계 50여 나라 국가접종으로 의무화

폐렴구균은 성질·독성 등이 천양지차인 90여 개의 혈청형이 있다. 백신 한 방으로 이 많은 혈청형을 다 예방할 수는 없다. 폐렴구균 백신은 예방할 수 있는 혈청형의 갯수에 따라 7가·10가·13가 백신이 있다.

 13가 백신(화이자사의 프리베나13)엔 10가 백신(GSK사의 신플로릭스)이 커버하는 폐렴구균 혈청형 10가지 외에 추가로 3가지가 더 들어 있다. 3, 6A, 19A형이다.

 학회에서 13가 백신 효과에 대한 연구결과가 처음 공개됐다. 미국의 백신 전문가인 싱글톤 박사(소아과 전문의)는 “알래스카 원주민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프리베나13 접종 1년 만에 뇌수막염·패혈증 등의 발생률이 73.4%나 감소했다”고 밝혔다.

헤이그=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IPD=폐렴구균에 의한 침습성 질환을 가리킨다. 폐렴구균이 혈액이나 무균(無菌) 부위에 침투하면 발병한다. 균혈증·패혈증(혈액의 세균감염)과 수막염(척수나 뇌를 감싸고 있는 막의 염증) 등이 여기 속한다. 폐렴구균이 코와 목에서 상기도로 퍼지면 중이염 등 비(非)침습성 폐렴구균 질환에 걸릴 수 있다.

폐렴구균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의 종류와 특징

※자료: 유럽소아감염병학회

● 중이염 폐렴구균이 코와 목에서 상기도나 귀로 퍼진 경우, 생후 6~12개월 아이에게 다발

● 폐렴 폐렴구균이 폐로 들어간 경우, 생후 13~18개월 아이에게 다발

● 수막염 폐렴구균이 뇌·척수에 침투한 경우, 척수나 뇌를 감싸고 있는 막의 염증.

     생후 3~5개월 아이에게 다발

● 균혈증·패혈증 폐렴구균 등 세균이 혈액에 감염된 경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