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에서 곶감으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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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호 11면

지금 악양엔 집집이 곶감 깎기에 여념 없습니다. 품앗이처럼 돌아가며 깎든지, 품을 주든지, 친구들을 알음알음 모아 깎든지, 여하튼 지금 악양은 바쁜 늦가을이 주렁주렁 매달렸습니다. 우리 집도 예닐곱 명이 모여 웃고 떠들며 곶감을 깎았습니다. 손은 바삐 돌고, 궁둥이를 들썩여 아픈 허리 풀며 수다를 떱니다.

PHOTO ESSAY 이창수의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

“내가 퀴즈 낼게. 어떤 사람이 손등에 있는 모기를 잡으려는 순간 모기가 뭐라고 했게요?” “에이~ 그거 20년도 더 된 개그잖아.” “모기가 ‘나의 몸에 당신 피가 흐르고 있어요’라고 했지.” “아이고~ 아시네. 난 얼마 전에 듣고 웃겨 죽었는데.”
하하하, 깔깔깔 웃고 떠들며 ‘공장’은 바삐 돌아갑니다. 대개 수다는 이렇게 시작해 결국 각 집의 남정네들 구박이 도마에 오릅니다. 대한민국 아줌마들은 충실합니다. 저는 귀는 열고, 입은 닫습니다. 그 자리에 끼어 본들 득 될 게 하나 없습니다. 그저 묵묵히 감을 널었습니다. 고된 노동 속 정겨운 순간들입니다. 참고로 사진은 대축마을의 어느 집 곶감 덕장입니다. 악양 곶감은 대봉감 곶감입니다.


이창수씨는 16년간 ‘샘이깊은물’ ‘월간중앙’등에서 사진기자로 일했다. 2000년부터 경남 하동군 악양골에서 녹차와 매실과 감 농사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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