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애 상무 대여금고 압수수색 … 검찰 ‘비자금 비망록’ 확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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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태광그룹의 비자금 조성과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25일 신한은행 서울 퇴계로지점의 대여금고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호진(48) 회장의 모친인 이선애(82) 상무가 현금화한 비자금 중 일부와 비자금 관련 핵심 자료 등을 대여금고에 보관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날 신한은행 본점에도 수사관을 보내 이 회장 일가의 은행 거래 내역을 넘겨받았다. 검찰은 지난 21일 이 상무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면서 외환은행 서울 퇴계로지점 대여금고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두 번에 걸친 압수수색에서 대여금고 사용 일지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서부지검 관계자는 “대여금고 압수물 등을 분석한 뒤 이 회장 모자에 대한 소환 시기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태광그룹의 비자금 흐름을 상당 부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수색 포인트가 세밀해진 것은 비자금의 ‘조각 맞추기’가 속도를 내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 회장과 이선애 상무 주변을 압수수색하면서 그룹 자금 흐름의 내역과 비자금으로 보이는 무기명 채권 및 현금 내역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10여 일에 걸친 참고인 조사에서 비자금이 거쳐간 은행의 대여금고를 파악했다.

 검찰 관계자는 “대여금고의 사용 일지를 보면 이미 확보한 수상한 자금 흐름이 보다 구체적으로 입증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대여금고는 계좌 추적을 피할 수 있어 현금화한 비자금을 보관하는 데 자주 쓰인다”고 덧붙였다.

 대여금고의 사용 일지에는 대여금고 계약자뿐 아니라 계약자가 추가로 설정한 대리인이 금고를 사용한 내역도 상세하게 나와 있다. 태광그룹 또는 이 회장 일가의 자금이 누구에 의해, 언제 인출됐는지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검찰이 분석하기에 따라 대여금고 사용 일지는 ‘비자금 비망록’으로 사건의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회장 일가는 고(故) 이임용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태광그룹 차명 주식 34% 중 18%를 현금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비자금 대부분이 무기명 채권과 현금 등으로 관리됐다.

 검찰은 앞서 고려상호저축은행을 압수수색하고 차명 계좌를 관리해온 이 은행 감사 김모(63)씨를 소환 조사하는 과정에서 차명 계좌에서 수년간 현금이 인출된 정황을 포착했다.

정선언·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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