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반변성’을 아세요 고혈압에 고기·담배 즐기다가 앞 못 볼 수 있어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4면

노화도 한 원인 … 4년새 환자 60% 늘어

이원기 교수가 황반변성 환자의 망막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우리 눈은 카메라와 비슷한 구조다. 그중 카메라의 필름, 즉 사물이 맺히는 역할을 담당하는 곳이 망막이다. ‘황반’은 노란색 점이란 뜻으로, 망막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다. 이 황반에는 망막에서 가장 많은 시(視)세포들이 밀집돼 있다. 사물을 볼 때 특히 중심 부위가 잘 보이도록 한다.

이런 황반에 생기는 질환이 ‘황반변성’이다. 원인은 다양하다. 가장 일반적인 것이 ‘노화’다. 20세 정도부터 세포는 성장을 멈추고 노화로 접어든다. 황반도 마찬가지다. 20세부터 황반에 몰려있는 시세포와 혈관이 노화되다가 50~60세가 되면 노화의 정도가 확연히 드러난다.

둘째는 음식이다. 지방이 많은 음식을 즐겨 먹으면 혈액 내 노폐물이 황반 부위의 혈관벽에 쌓인다. 혈관을 막으면 정상혈관은 망가지고 보상작용으로 비정상 혈관이 생겨난다. 새 혈관은 세포구조가 치밀하지 못해 염증과 부종이 생기기 쉽다. 혈액과 영양도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다. 따라서 황반의 변성 정도가 더욱 빨라진다.

흡연도 중요한 요인이다. 니코틴은 황반 부위 혈관으로 가는 산소를 차단해 노화를 촉진한다. 고혈압이 있어도 문제다. 혈압이 높으면 황반 부위 혈관 세포벽이 조금씩 파괴된다.

시야 중심부위 휘거나 검게 보여

황반변성의 증상은 다양하다. 첫째는 물체를 볼 때 자꾸 측면을 본다는 것이다. 정래혁(62·서울 종로구)씨는 “가족의 얼굴을 똑바로 볼 수 없어 너무 답답하다”고 말했다. 황반부위에 변성이 시작되는 초기에는 세포가 변형되면서 시야의 중심 부위가 휘어 보인다. 바둑판을 볼 때 중심 부위의 선이 휜 것처럼 보인다. 중심 부위가 잘 보이지 않아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려면 귀 쪽으로 쳐다봐야 한다. 정씨는 “사람을 만나면 왜 자꾸 정면이 아닌 딴 쪽을 쳐다보느냐고 물어서 대인기피증까지 생겼다”고 말했다.

가까운 것뿐 아니라 먼 곳도 보이지 않는 경향도 있다. 보통 50세가 넘어가면 눈이 좋은 사람도 가까운 곳이 보이지 않는 노안이 생긴다. 하지만 황반변성이 생기면 가까운 것, 먼 것 둘 다 잘 보이지 않는다. 김명숙(58·서울 영등포구)씨는 “몇 해 전부터 가까운 곳은 물론 먼 곳도 잘 보이지 않았다. 단순히 나이가 들어 시력이 떨어진 줄 알았는데 황반변성이라는 진단을 받아 깜짝 놀랐다. 좀 더 빨리 알았더라면 시력이 덜 떨어졌을 텐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확한 진단 받으려면 두 가지 검사는 필수

황반변성을 정확히 진단하려면 OCT(광학결합단층촬영)와 형광안저촬영을 해야 한다. 이원기 교수는 “검사 결과 부종의 단계를 넘어 신생혈관이 자라나 있다면 실명의 위험이 크므로 빨리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생혈관이 생긴 지 한두 달 이내 치료를 시작해야 병의 진행을 막는 것은 물론 시력도 회복할 수 있다.

치료법으로는 그동안 레이저 치료와 광역학요법 등이 시력 손상의 속도를 늦추거나 유지시키는 목적으로 많이 쓰여왔지만 최근에는 이미 손상된 시력도 일부 회복시켜 주는 주사치료제 ‘루센티스’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루센티스 치료제는 약 90%의 환자에게서 시력 유지를, 약 40%의 환자에게서는 시력 회복의 효과를 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박규형 교수는 “루센티스는 황반변성을 일으키는 VEGF-A라는 단백질에 선택적으로 결합해 신생혈관이 더 이상 자라지 못하게 하고 혈관 부종도 감소시킨다”고 말했다. 머리카락 굵기의 얇은 주삿바늘을 안구 내 유리체에 1㎝ 정도 찔러 주사하며, 처음 3개월간은 한 달에 한 번씩 투여하고, 경과를 본 뒤 추가로 투여한다.

배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