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여야 내부싸움 대신 경제를 살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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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여야 내부가 어수선하다. 열린우리당은 친노(親盧) 당원들의 결집체인 국민참여연대(국참연)가 정치세력화를 선언하며 본격적인 당권 경쟁에 나서 소란스럽다. 당권파.재야파.개혁당파로 갈린 당내 세력 판도에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한나라당도 당직 개편을 끝내기가 무섭게 노선투쟁에 들어갔다. 보수와 중도, 수도권 개혁파와 영남보수세력 간에 당의 정체성과 당명개정 등을 둘러싼 신경전이 한창이다.

여든 야든 내부 진영을 재정비하려는 움직임을 나무랄 생각은 없다. 열린우리당도 한나라당도 지난 한 해를 돌이켜보면 충분히 그래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다. 국가보안법 개폐 문제 하나만을 봐도 여야 내부가 얼마나 많은 혼선을 야기했고 그로 인해 국민을 얼마나 불안케 했던가.

문제는 내부 논란의 방향성이다. 무엇을 위한 내부 논란이냐다. 무엇을 먼저 고민해야 하느냐는 우선순위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 점에 있어 여야의 지금 모습은 크게 실망스럽다. 지금 국민이 제일 바라는 것은 경제의 회생이다. 바닥이 어디인지도 모른 채 내려가고 있는 한국경제를 살려달라고 국민은 정치권에 요구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연두 회견에서 올 한 해를 경제 살리기에 매진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럼에도 집권여당은 전당대회를 석달여나 남겨둔 시점에서 밥그릇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경제 살리기를 위한 당 차원의 후속조치는 저 뒤로 밀려나 있다.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대안 세력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여당이 샛길로 빠지면 야당이라도 제 길을 가야 할 텐데 전혀 그렇지 못하다. 오십보 백보의 모습 그대로다. 이래서야 국민이 희망을 걸 수 있겠는가. 여든 야든, 강경파가 득세하든 보수파가 승리하든, 그것은 각 당 내부의 사정이고 따라서 상관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여야의 행태에서 국민을 위한 고민과 노력을 도무지 읽을 수 없다. 지금이라도 무엇이 우선순위인지를 생각하기 바란다. 경제 살리기를 위해 여야가 함께 나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