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D -5>이명훈 '여유' 계순희'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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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설렘과 긴장, 그리고 약간의 어색함.

부산 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 북한 선수단 1진 1백59명이 23일 오전 11시38분 조선민항 전세기 편으로 김해공항에 도착했다. 선수단은 경호 문제 등을 논의하느라 30분 가량 기내에 머물다 12시5분부터 트랩을 내려와 백기문 부산아시안게임조직위 사무총장과 오거돈 부산시 부시장 등의 환영을 받았다.

조상남 북한올림픽위원회 서기장이 인솔한 선수단 중 일부는 한반도 기를 흔드는 환영객에게 손을 들어 답례하기도 했으나 대부분은 굳은 표정으로 입국장을 빠져 나왔다.

국제선 임시 청사에 마련된 환영 행사장에서 방문일 선수단장은 "환영해줘서 감사하다. 기자들도 협조 바란다"는 짤막한 말만 하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북한 선수단은 서면으로 대신한 도착 성명에서는 "남녘의 체육인들과 부산 시민들, 남녘 동포들에게 뜨거운 동포애적 인사를 전한다. 여러분과 손잡고 민족의 기개와 힘을 과시하며 우리 겨레의 통일 의지를 내외에 보여주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수단은 대기하고 있던 버스 편으로 오후 1시30분쯤 해운대구 반여동에 위치한 선수촌에 도착, 왕상은 선수촌장의 환영을 받았다.

선수단은 27일 2진이 도착하는 대로 정식 입촌식을 열 예정이다.

아시안게임 사상 최대 규모인 3백18명의 선수단을 파견한 북한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15개 이상으로 종합 4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북한 선수단 가운데 이미 한국 땅을 밟아본 사람과 처음 온 사람 사이에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3년 전 통일농구 때 왔던 농구선수 이명훈은 환영객들에게 손을 흔들며 웃는 여유를 보였고, 불과 보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은 이정만 축구감독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해주는 모습이었다. 반면 여자 유도의 계순희는 따라붙는 취재진을 외면하고 시종 굳은 표정으로 종종걸음을 쳤다.

○…조상남 북한올림픽위원회 서기장·방문일 선수단장 등 북측 임원들은 공항 접견실에서 백기문 조직위 사무총장·오거돈 부산시 부시장 등과 10여 분간 환담했다. 오 부시장이 "고려항공 비행기가 김해공항에 내린 것을 보니 감개무량하다"고 말하자 조 서기장은 "우리도 마찬가지"라고 응답했다.

○…부산아시안게임 선수촌 개촌식이 23일 오전 11시 해운대구 반여1동에 위치한 선수촌 내 국기광장에서 김성재 문화관광부 장관과 정순택 대회 조직위원장, 안상영 부산시장 등 1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10월 17일까지 44개국 9천9백여 명의 선수단이 머물 선수촌은 아파트 20개동 2천2백90가구로 1만4천명까지 동시 수용할 수 있다.

○…부산아시안게임 조직위는 논란이 돼온 인공기 사용 지침을 23일 확정했다. 조직위는 인공기를 게양할 수 있는 곳은 22개 경기장과 조직위 본부·메인미디어센터·본부호텔·선수촌 등 4개 시설이며, 시상식과 본부호텔 대표자 회의 때 인공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9·11 테러 이후 오랫동안 전쟁의 참화에 휩싸였던 아프가니스탄이 태권도·복싱·레슬링 등 투기 종목 위주로 23명의 선수단을 파견한다. 이중엔 하키마(16)·로야(23)·팔리마(24) 등 여성 태권도 선수 3명이 끼어 있다.

부산=특별취재단

sports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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