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1시간… 산과 바다 마주하며 맛이 있는 '반나절 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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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여보, 우리는 휴가 안가요?"

"아빠, 성수네는 제주도에 갔다 왔다는데…."

휴가철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아직 휴가를 다녀오지 못한 가정에선 가족들의 성화가 심하다. 아이들 개학날까진 며칠 여유가 있지만 그때까지도 휴가계획을 잡을 수 없는 처지에 있는 가장들은 난감하기 짝이 없다. 이럴 때 적당히 무마할 수 있는 방법은 외식. 그러나 평소처럼 단골 불고기집으로 데려가 냉면까지 사먹여봤자 전혀 약발이 안먹힌다. 오히려 '생각없는 남편'이나 '재미없는 아빠'로 역효과만 낼 수 있다. 그렇다면 동네에서 외식할 때보다 두세시간만 더 짬을 내 외식 나들이를 나서자. 서울에서 자동차로 1시간 정도 달리면 음식 맛도 뛰어난데다 산·강·바다의 바람을 쐬며 피서지 기분까지 낼 수 있는 좋은 곳이 많다.

▶쏠비알(031-774-5454)=쏠비알은 순수한 우리말의 조합이다.'쏠'은 작은 폭포,'비알'은 비탈이나 언덕을 뜻하는 말인데 말 그대로 작은 폭포가 있는 계곡에 위치하고 있다. 통나무로 지은 산장 카페인데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땀을 식히기 좋은 곳이다. 이 곳의 대표 메뉴는 돼지 고추장 구이(1인분에 1만원). 양평의 청정지역에서 기른 돼지고기의 목살만을 골라 고추장과 까나리액젓으로 간을 맞춰 숯불에 구운 것이다. 기름이 쪽 빠진 상태에서 숯불의 향이 배어있는 매콤한 맛이 매력이다.1인분에 1만6천원을 하는 쇠고기 양념갈비도 단맛이 강하지 않아 주문하는 이들이 많다고. 야채 사라다·물미역 무침·오뎅전 등 깔끔한 밑반찬과 야채가 풍성하게 함께 상에 오른다.

좌석은 2백여석, 주차공간은 50여대. 막히지 않으면 자동차로 서울 잠실에서 대략 40분 정도 걸린다.

▶을왕리 어촌계(032-746-2769)=인천국제공항(영종도)옆의 용유도 을왕리 물량장(선착장)에서 이곳 어촌계 계원들이 손수 잡은 동죽 등 각종 조개류로 영업하는 곳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조개구이를 먹을 손님은 왼편, 바지락 칼국수 손님은 오른편으로 나눠 앉는다. 조개는 목욕탕에서 사용하는 앉은뱅이 의자에 앉아 흰색의 목장갑을 끼고 구워 먹는다.

석화·가리비·홍조개·동죽·맛·소라·상합 등이 플라스틱 바구니에 가득 담겨 나온다. 손바닥 만한 키조개와 주먹만한 크기의 대합은 따로 양념해 내준다. 아이들이 물을 때마다 척척 이름을 대주기 어려울 정도로 조개의 종류가 다양하다. 값은 3만원으로 4인가족이 먹기 적당한 양이다. 모자랄 땐 눈치껏 몇개 더 달라면 불판 위에 한 줌정도 더 얹어준다.

바지락 칼국수는 세숫대야 같은 커다란 그릇에 내는데 워낙 바지락이 많아 하나하나 벌려 먹기도 버겁다.

인천신공항고속도로 덕분에 서울에서 가장 빨리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저녁 일몰 시간에 맞추면 서쪽 바다로 떨어지는 붉은 태양의 장관을 덤으로 볼 수 있어 '피서 폼잡기'엔 최적의 장소다. 통행료(소형차 편도 6천1백원)가 다소 부담되지만 서울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에서 인천공항고속도로를 타면 넉넉잡고 4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직탕가든(033-455-6560)=강원도 철원의 한탄강변에 자리잡은 장어구이·민물매운탕 전문점. 나이애가라 폭포를 연상시키는 직탕폭포가 눈 앞에 펼쳐진다. 음식이나 값을 따지면 나이든 부모님을 모시기에 적당하고 폭포 옆 물놀이를 감안하면 아이들을 떼놓기 아쉬운 곳이다.

장어구이(왼쪽 위 사진)는 ㎏당 4만원으로 보통 살이 통통하게 오른 3마리를 주방에서 미리 구워 식탁에 올린다. 장떡·도토리묵 등 10여가지 밑반찬이 곁들여진다.4인가족이면 장어구이 1㎏에 소(小)짜리 민물매운탕(2만원)이 적당하다. 민물매운탕에는 메기와 잡어를 넣어 끓이는데 흙냄새가 살짝 비치는 칼칼한 국물 맛이 장어의 느끼한 맛을 달래기에 적당하다. 민물고기는 한탄강 물고기가 드물어 양식 물고기를 쓴다고 한다.

상계동 등 서울 동북부 지역에서 차가 막히지 않더라도 가는 데 한시간은 걸리므로 가능한 정오 전에 도착할 수 있도록 서둘러야 오가는 길이 편하다.

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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