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비 근성의 히딩크 찬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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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한국 축구가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16강전에 출전하게 됨에 따라 히딩크 감독의 인기가 하늘로 치솟고 있다. 그래서 일부 국민은 아예 히딩크 감독이 한국으로 귀화해 주기를 원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비록 일부 의견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냄비 근성을 드러낸 것 같아 씁쓸하다.

히딩크 감독이 선수단을 과학적으로 잘 훈련해 좋은 성적을 내게 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거의 모든 공적을 그에게 돌릴 순 없다. 만일 히딩크 감독이 1960~70년대 우리나라에 왔더라면 현재와 같은 성적을 낼 수 있었을까.

한국 축구인들은 오랫동안 실력을 키워왔고, 나라의 경제력이 커가면서 축구에 대한 지원도 계속 늘려 왔다. 그 같은 노력과 경험의 축적, 전폭적인 재정지원의 바탕 위에서 히딩크의 능력이 꽃을 피울 수 있었던 것이다.

잇따른 참패와 사생활 문제 등으로 히딩크 감독을 계속 비난하다가 좋은 성적을 거두니 금방 신격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김인숙·경북 경산시 진량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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