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마이크론 전략적 제휴 추진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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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하이닉스반도체가 마지막 카드를 꺼냈다.

중국에 반도체 설비를 매각하는 극한 대책과 3조원에 달하는 채권단의 출자전환에도 불구하고 유동성 위기가 잠복한 상황에서 근원적 처방은 합병을 포함한 해외 업체와의 제휴라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

이는 하이닉스 문제에 말려들 수밖에 없는 처지의 채권은행들 쪽에서도 거의 유일한 대안으로 공감을 얻어왔다.

올 들어 막대한 영업적자를 기록한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입장에서도 삼성전자에 견줄 만한 입지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가 맞아떨어졌다. 현재로서는 합병이나 그에 준하는 통합 작업을 통해 마이크론이 하이닉스의 경영에 참여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시된다.

채권단 관계자는 "부채의 출자전환 등을 통해 하이닉스 지분 일부를 마이크론에 넘기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1조원 가량을 마이크론이 투자하면 20% 상당의 하이닉스 주식을 확보해 경영권을 쥐게 되고 하이닉스도 자금난을 덜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두 회사의 지분을 맞교환하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박종섭 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근 하이테크 회사들이 현금으로 다른 기업을 인수하기보다 자사 주식으로 타 기업을 인수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마이크론과 하이닉스가 주식을 몇 대 몇으로 교환할지 등이 협상의 주요 과제"라고 말했다.

한편 세계 2, 3위 메모리 업체의 제휴가 가져올 파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삼성전자를 제치고 외형상 메모리 최대 업체로 부상해 삼성전자와 국제 시장의 가격 주도권을 나눠가질 수 있다.

아울러 삼성전자.마이크론과 독일 인피니온이 세계 메모리 시장을 분할하는 3강 시대를 열게 된다. 두 회사는 감산 공조에도 나설 조짐이어서 반도체 시장의 수급 개선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휴가 제대로 될까 하는 회의론도 있다. 반도체 경기가 근본적으로 회복되지 않는 한 영업적자를 내고 있는 두 회사의 시너지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

다음은 하이닉스 박종섭 사장과의 일문일답.

-마이크론과의 전략적 제휴 추진 경위는.

"오래 전부터 교감이 있었다.본격 논의된 것은 지난주다. 지난주 열린 하이닉스 구조조정특별위원회 1차 회의에서 이 일을 추진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누가 먼저 제의했나.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자연스레 교감이 이뤄졌다. 서로 이번 제휴에 대해 좋은 의도를 갖고 있다."

-마이크론은 D램 업계에서 하이닉스의 최대 경쟁자가 아닌가.

"비즈니스에서는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될 수 있다. 세계 D램 업계의 흐름에서 마이크론이란 경쟁자와 제휴하는 일은 우리에게 많은 선택권을 줄 수 있다."

-마이크론과는 제품 구조가 유사하다. 모두 영업적자를 많이 내고 있다. 어떤 시너지 효과가 있나.

"마이크론은 부채가 적고 현금 보유량이 많아 재무상태가 좋다. 국제적으로 D램 생산기지를 많이 갖고 있으며 이 분야만 해보겠다는 드문 기업이다. 하이닉스는 재무적인 문제가 많지만 낮은 생산원가와 좋은 인력을 갖고 있다."

홍승일.김준현.최현철 기자

사진=신인섭 기자

<하이닉스 일지>

▶1983.2 현대전자산업주식회사 창립

▶1992.9 64메가D램 개발

▶1995.8 미국 오리건주 반도체공장 설립

▶1999.10 LG반도체㈜ 흡수합병

▶2001.3 하이닉스반도체로 사명 변경

▶2001.6 국내외 대규모 GDR 발행

▶2001.8 현대그룹서 계열분리 확정

▶2001.9 6억5천만달러에 TFT-LCD 자산 매각

▶2001.11.20 채권단서 출자전환.부채탕감액 확정

▶2001.12.3 마이크론과 전략적 제휴 방침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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