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나홀로 가구' 의 사회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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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00년 가구.주택부문 인구 주택 총조사 결과는 가족의 형태가 바뀌어 가고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발표에 따르면'나홀로 가구'가 1995년에 비해 35.4%나 늘어났으며 특히 40대와 70세 이상 층에서 폭발적인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미혼 등 독신자 외에 배우자가 있는 사람도 12.0%나 되며,가족이 함께 사는 혈연가구가 일반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떨어졌다.

이는 전통적인 가족이 해체되고 있음을 보여준다.산업화와 함께 대가족 중심에서 핵가족으로 변화한 우리 가정은 자녀가 결혼해 독립하기 전까지 함께 사는 2대 가정이 주축이었다.

그러나 근래 들어 같은 도시에 살면서도 부모와 떨어져 독자적인 생활을 하는 미혼 자녀들이 늘고 있으며, 자녀의 학업이나 남편 또는 아내의 직장생활로 가족이 서로 떨어져 사는 별거 가정도 많아지고 있다. 수명 연장과 이혼 증가로 혼자 생활하는 중.노년층 가구도 적지 않다.

전통적 의미의 가정이 붕괴되고 있다는 사실은 사회의 기초단위로서 가정이 담당해온 역할과 기능을 우리 사회 전체가 떠맡아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아직 이에 대한 우리 사회의 준비는 너무 미흡한 실정이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단독가구가 늘어나는 것을 감안해 원룸식 소형주택을 공급하고 노인부양을 위한 사회적 지원 시스템을 갖추는 등 가족형태의 변화에 따른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중.노년층 여성 가구주의 급증 경향이 뚜렷해진 만큼 상대적으로 남성에 비해 경제력이 취약한 여성 노인들을 위한 대책 마련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가족형태의 변화는 각 가정에도 새로운 가치관을 주문하고 있다. 물리적으로 '파편화한 가족'이 정서적인 연대감을 잃지 않으려면 종래의 가장을 중심으로 한 명령-복종의 수직적인 가치관에서 벗어나야 한다.수평적 가치관을 지니고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 존중하고 만남과 대화의 장을 자주 마련하는 일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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