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안 내면서 금고엔 금거북·비상장 주식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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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금골프공·금거북·금팔찌…. 지방세 5100만여원을 3년째 체납한 김모(45)씨의 은행 대여금고에서 쏟아져 나온 것이다.

김씨의 금고에선 60g(16돈)짜리 금골프공을 비롯해 금열쇠·진주목걸이 등 22점의 귀금속이 나왔다. 진용황 서울시 38세금징수과장은 13일 “세금 500만원 이상을 체납한 사람들의 대여금고를 압류해 강제로 열어봤더니 고가품이 무더기로 나왔다”며 “모두 압수해 공매한 뒤 세금으로 징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여금고는 은행이나 증권회사 같은 금융기관이 고객에게 빌려주는 금고다. 지방자치단체가 체납된 세금을 징수하기 위해 이름을 공개하거나 예금·부동산 등을 압류한 적은 있지만 대여금고를 개봉한 것은 서울시가 처음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은 체납자의 동산이나 부동산 등을 압류할 수 있다는 지방세법과 국세징수법을 적용한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은행과 증권사들에 체납자 명단을 통보해 체납자 291명이 사용 중인 대여금고를 확인했다. 291명의 체납액은 464억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금고 개봉을 꺼린 24명은 6억3000만원의 체납액을 냈다. 나머지 267명의 대여금고를 은행 관계자가 입회한 상태에서 열고 있다. 현재까지 16명의 대여금고를 열어 93점의 물품을 압류했다.

지방세 2100만원을 5년째 체납하고 있는 김모(83)씨의 금고에서는 금거북·금열쇠· 금팔찌·진주목걸이 등 4점을 확보했다. 전모(73)씨의 금고에서는 비상장법인의 주식과 옛날 장신구 14점을 찾아냈다. 또 다른 체납자의 금고에선 압류 대상이 아닌 족보·인장 등이 나왔다.

정종철 38세금징수과 주무관은 “압류 금고에서 고가의 귀중품을 찾기도 했지만 3분의 2 정도는 비어 있었다”며 “압류한 귀중품은 6, 7월께 감정평가를 거쳐 공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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