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기 왕위전] 조훈현-최철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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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장고 끝에 악수 흑87이 패착

제5보 (82~96)=曺9단은 82로 두어버렸다. A의 악수를 두며 일일이 놓고 잡아서는 견딜 수 없다. 그보다는 패로 한바탕 회오리를 일으키는 게 속편하다는 얘기다.

崔3단으로서야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이다. 그동안 이리저리 시달리며 꿈꾸던 것이 바로 이같은 생사를 건 싸움 아니던가.

83, 85로 패다. 전보에서 말한 패보다는 86쪽에서 조여 92의 패를 하는 것이 집으로 훨씬 유리하다.

말은 쉽게 하고 있지만 이 대목은 일류 고수인 두 사람에게도 몹시 어려운 곳이어서 曺9단은 86에만 19분을 장고했다.

그 다음 87에 끼운 수가 무려 45분이 걸린 이판 최대의 장고 수인데 혼신의 힘을 다한 이 수가 아이로니컬하게도 패착이 되고 말았다.

87로는 '참고도' 흑1부터 그냥 패를 걸어가야 했다. 7까지가 결론인데 이것은 흑도 상변이 커 충분히 둘 만하다.

87에 먼저 둔 것은 93에 패를 쓰고 95에 빵따려내는 것이 '참고도' 보다 낫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曺9단이 94로 받아버리자 崔3단은 비명을 지를 듯 놀라고 만다. 백엔 아직 A나 B에 비상으로 남겨둔 한패가 있는데 패싸움 이후의 판세를 살피다가 이걸 깜박한 것이다.

95는 너무 실망한 나머지 저지른 두번째 실수. 어찌됐건 패를 때려 상대의 악수 팻감을 받아챙겨야 했다.

96으로 잡혀 절호의 기회가 별 것 없이 흘러가 버렸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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