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낙관해선 안될 '성장률 3.7%'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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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해 하반기 이후 경제가 급속히 위축되면서 특히 걱정됐던 올 1분기 경제성장률(GDP 기준)이 전년 동기 대비 3.7%로 당초 예상치(3.5%)보다 높게 나타나 일말의 안도감을 주고 있다.

1분기 상황만으로는 경기가 이미 바닥을 친 것인지, 아니면 지금의 침체 국면이 더 계속될지는 불명확하지만 적어도 경기가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다음의 세가지 점이 우려된다. 우선 1분기 성장률에서 드러난 양극화 현상의 심화다.

수출의 경제성장 기여율이 무려 1백30%를 넘었고, 정보통신산업의 기여율도 71%로 크게 높아져 수출-내수와 정보통신-비(非)정보통신산업의 양극화가 지난해보다 더욱 심해졌다. 이는 지역 및 소득 양극화와 더불어 경제의 불안정성을 심화하므로 양극화 해소가 정부의 중점 정책 과제로 등장했다.

또 정부는 설비 투자가 전년 동기 대비 7.9% 감소한 데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지난해 설비 투자 증가율이 높았던 데 대한 반작용일 수도 있지만 30대 그룹의 매출액 대비 설비 투자 비중이 외환위기 이전의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는 한 경제연구소 분석도 있고 보면 소홀히 다룰 문제가 아님이 분명하다.

현실적으로 설비 투자는 대기업이 주도하고, 대기업은 재벌 그룹 소속이 태반이므로 무엇보다 재벌 그룹의 기(氣)를 살리는 정책이 요청된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경기 부양보다 구조조정과 재정 건전화에 전념해야 한다. 특히 신축 주택에 대한 양도 소득세 면제 등 연일 쏟아져 나오는 건설경기 대책 등의 선심성 경기 부양책은 매우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 조세 체계를 누더기로 만들 뿐 아니라 아직도 구조조정이 미진한 건설업의 경우 부양책은 구조조정과 상충하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5조원의 추경 예산을 서둘러 편성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우리는 현재의 경기 상황으로 미뤄 추경 예산을 편성할 필요가 없다고 보지만, 편성하더라도 2분기 경제상황을 지켜본 뒤 처리해도 늦지 않다. 그래야만 '선거용 대책' 이라는 뒷말을 듣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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