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여입학제 논의해 봄직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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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연세대가 교육부의 반대 방침에도 불구하고 기여 입학제 도입을 강행키로 함에 따라 논란이 가열될 조짐이다. 연세대측이 마련 중인 방안은 학교.사회 발전에 기여한 분들의 후손을 우대하는, 이른바 비(非)물질적 기여 입학제도다. 반면 교육부측은 "물질적이든 비물질적이든 기여 입학은 안된다" 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기여 입학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은 이미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 찬성론자들은 무엇보다 대학의 재정난을 들어 도입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대학 재정의 대부분을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는 데다 등록금 인상도 학생들 반대로 여의치 않고 정부 지원은 실질 운영비의 10%에도 못 미쳐 학교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또 소수의 기여로 다수 학생이 장학금 등 각종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점을 꼽고 있다.

이에 비해 반대론자들은 학습 능력에 따른 교육의 기회균등과 배치돼 계층간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기부금이 몇몇 대학에만 몰려 대학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낳는다는 점이다.

어떤 제도든 장.단점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무한 경쟁의 지식기반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인재들을 키워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대학들이 경쟁력을 갖춰야 하며, 건실한 재정 확보 없는 대학 발전이란 한낱 공염불에 불과하다.

교육 재정은 사회 정의나 국민 정서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현실의 높은 장벽이다. 이 벽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현실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이미 농어촌 출신 학생 등의 정원외 특례입학을 허용하면서 건학 이념이나 기여 등에 따른 개별 대학의 특례자 선발을 막는다는 것은 모순이다.

기여입학 문제를 더이상 비켜만 갈 게 아니라 이제 논의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사회적 합의가 도출되면 1단계로 비물질적 기여 입학만을 허용한 뒤 단계적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여기서 입학을 돈으로 사고 파는 뒷거래를 막아야 하고 기여금의 투명한 집행 등을 담보할 제도적 장치도 함께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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