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줄이려 실거래가 속이는 불법거래 판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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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수도권의 신흥 개발지역들에서 주택 매매가격을 조작해 신고하는 불법 거래가 늘고 있다. 실제 거래가격보다 낮춰 쓰는 ‘다운(down)계약서’와 반대로 높게 작성하는 ‘업(up)계약서’를 통해서다. 2006년 실거래가 의무신고제가 도입된 뒤 사라지는 추세였으나 최근 각종 개발로 집값이 크게 올랐거나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들에서 다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양도소득세를 줄이려는 목적에서다.

경기도 용인시 택지지구들과 화성시 동탄신도시, 성남시 판교신도시 등 입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지역들에 다운계약이 많다. 익명을 요구한 용인 동백지구 내 부동산 중개업자는 “일반적으로는 다운계약서가 매매거래 10건 중 1건도 채 안 되지만 여기서는 7~8건이나 된다”며 “다운계약서를 쓰지 않으면 거래가 안 될 정도”라고 말했다.

또 다른 중개업자는 “시세가 2억1000만원 선인 전용 60㎡가 1억5000만원 선에 계약서를 작성,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동탄신도시에서는 3억7000만원짜리 전용 82㎡가 6000만원 싼 3억1000만원 정도에 실거래 신고되기도 한다. 동탄 K공인 최모 실장은 “개발이 끝나가 집값이 분양가와 비교해 많이 오른 지역에서 다운계약서가 많다”고 전했다.

반면 개발 초기 지역들에선 매수자들의 요구에 따라 업계약서가 흔하다. 서울 한강변 등 재개발·재건축이 활발한 지역들에서다.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재개발 예정지인 망원동의 대지지분 28㎡ 빌라를 2억5000만원 정도면 살 수 있는데 계약서는 5000만원가량 더 비싸게 거래된 것으로 쓰인다. 합정동 S공인 관계자는 “가격이 뛰면 단기간에 되팔려는 사람들이 아예 매수가격을 높게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운계약과 업계약은 모두 양도소득세를 줄이기 위해서다. 다운계약이나 업계약을 통해 장부상의 양도차익을 줄이면 그만큼 양도세가 줄어든다. 매수 후 1년 이내에 팔면서 양도차익이 5000만원만 줄면 양도세는 1000만원가량 감소한다.

주택산업연구원 권주안 박사는 “실거래가신고제로 계약서상의 거래가격이 공개되고 있는데 공개가격이 실제가격과 달라 시장을 왜곡하고 주택시장의 불안감을 키운다”고 말했다.

건국대 고성수(부동산학) 교수는 “주택시장 안정과 거래 투명화를 위해 다운계약과 업계약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 다”고 말했다.

박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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