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버릴 고기 먹이는 학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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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 시내 상당수 초등학교의 어린이들이 식용으로는 적절치 못한 쇠고기를 학교 급식 때 먹은 사실이 경찰수사 결과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학교측은 중.상등급 한우고기를 주문했으나 납품업자들이 폐사시켜야 할 늙은 젖소를 밀도살해 식용으로 둔갑시키거나, '등급외' 한우고기나 저질 수입 쇠고기를 양질의 한우고기인 것처럼 속여 공급해 왔다는 것이다.

아무리 돈에 눈이 멀었기로서니 어떻게 식품을 가지고, 그것도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그같은 파렴치한 짓을 저질렀는지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이같은 사실은 학생들의 집단 식중독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마당에 확인된 것이어서 학교 급식의 안전성에 대한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폐기처분할 젖소라면 육질과 맛이 떨어지는 정도를 넘어 질병에 걸렸을 수도 있고, 또 가정이나 업소용으로 쓰이지 않는 등급외 고기라면 오랫동안 방치돼 변질의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런 고기를 어린이들에게 먹였다니 학생들을 사지로 몰아넣은 인천 호프집 화재 참사사건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식품 안전을 위협하는 업자들의 상혼은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 먹거리를 놓고 도박을 하다가는 정말 큰 일 난다는 인식을 가질 정도로 처벌 수위를 높이고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

학교 당국도 안전을 소홀히 한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다. 그저 식단 짜고 조리만 하라고 학부모들이 재료비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

다시는 이같은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납품 경로에 대해 항시적인 점검체계를 갖춰야 한다. 또 납품업자들이 밝혔듯이 과당경쟁이 비리를 낳고, 검은 거래가 발생해 안전문제가 약화될 수 있다.

교육청은 위생검사뿐 아니라 납품과정에 대한 감시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학교운영위원회를 통해 학부모들이 재료구입 단계에서부터 참여토록 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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