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간이집하장 무용지물…충남도 955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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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난 10일 오후 2시 충남 공주시 의당면 유계리 농산물 간이집하장. 출입문이 굳게 잠긴 1백여평의 집하장 안에는 폐비닐과 농기계.볏짚 등만 가득했다.

집하장 내 농산물 저온창고도 문이 떨어져 나간 채 곳곳에 먼지가 수북했다.

연기군 서면 와촌리에 있는 간이집하장(50여평)에는 트랙터 1대만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이 집하장 운영일지에는 이용실적이 단 1회(지난해 6월 25일 엽연초 조리) 기록돼 있어 지난 한해 동안 한 번 사용했음을 증명했다.

대부분의 농산물 집하장이 쓰레기장으로 전락하거나 농기계창고로 이용돼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다.

농산물 간이집하장 설치사업은 충남도가 농민들에게 농산물을 선별하거나 임시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지난 90년부터 도 자체사업으로 실시해오다 농림부로부터 우수시책으로 선정돼 지난 94년 전국으로 확산됐다.

농산물 집하장은 동일한 농작물을 재배하는 농민 모임인 작목반이나 농협 등에서 설치요구가 있으면 국비 등을 지원받아('한 곳에 3천만~4천만원), '50~2백평 규모의 조립식 건물로 지어졌다.

충남도 내 설치된 농산물 집하장은 모두 9백55개로 여기에 들어간 예산만도 4백억원 이상 된다.

집하장이 방치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농민들이 농산물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수확 뒤 곧바로 공판장이나 시장으로 운반, 간이 집하장에 저장해 둘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농민 강만식(姜萬植.연기군 동면)씨는 "2년 전 참외에서 수박으로 작목을 바꾼 뒤부터 집하장을 이용하지 않고 수확 후 곧바로 시장에 내다 팔고있다" 고 말했다.

연기군 관계자는 "사업계획을 세우고 이에 필요한 예산이 지원돼야 하는 데 예산을 먼저 편성하고 쓸 곳을 찾는 식으로 설치된 집하장이 많다" 며 "이에 따라 대부분의 집하장은 거의 활용되지 않고 있다" 고 말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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