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지뢰찾는 벌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전서구 (傳書鳩) 는 원격지에서 통신에 이용할 수 있도록 훈련된 비둘기를 뜻한다.

2천여년 전 고대 로마의 장군인 브루투스가 처음 이용한 이래 전서구는 인간의 삶에 많은 도움을 주었고, 특히 전쟁 중에 긴요하게 쓰였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양쪽 진영에서 약 1백만 마리의 비둘기들이 맹활약했다.

전쟁이 한창이던 1942년 봄 영국 해군은 두 마리의 비둘기에게 최고의 무공훈장을 수여하고 기념비까지 건립한 일이 있다.

독일 공군기의 집중 공격을 받은 영국 잠수함이 대파돼 수백명의 해군이 바닷속에서 죽음만 기다리고 있을 때 탈출용 캡슐에 집어넣어져 어뢰발사관을 통해 발사된 두 마리의 비둘기가 본부에 긴급상황을 알려 전원 구조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인간에게 이런 식의 도움을 주는 동물은 비둘기뿐이 아니다.

아프리카의 보츠와나에서는 타조를 우편집배원으로 기용한 일이 있고, 호주 시드니의 몇몇 상점들은 뱀을 '경비원' 으로 쓰기도 했다.

19세기 프랑스의 한 천문학자는 개미를 이용해 새로운 별을 발견했다.

어떤 종류의 개미가 눈에 보이지 않는 별이나 성운 (星雲)에서 방사되는 자외선을 감지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폭풍우.지진.해일.화산 폭발 같은 천재 (天災) 를 몇몇 생물들이 미리 알아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그에 관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 미국 에너지부 산하의 한 연구소는 꿀벌의 등 뒤에 아주 작은 '등짐' 을 부착해 벌의 위치와 지뢰를 비롯한 폭발물이 파묻혀 있는지 따위를 검사할 수 있는 특수장치를 만들었다 해서 화제다.

꿀벌들이 날아다니다 묻혀온 폭발성 성분을 벌집에 미리 장착한 화합물 분석장치로 분석하면 어느 곳에 어떤 폭발물이 파묻혀 있는지를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그 특수장치를 부착한 꿀벌 50마리에게 맹훈련을 시키고 있다고 하는데 이들이 활동을 시작하게 되면 지뢰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촌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세계 곳곳에 파묻혀 있는 지뢰는 대인 (對人) 용만 약 1억1천만개. 지뢰폭발로 목숨을 잃는 사람만도 한달 평균 2천명에 달한다고 한다.

큰 전쟁을 겪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꿀벌들의 지뢰찾기 효과가 입증되고 우리나라도 그 기술을 전수받아 지뢰의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