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박물관 1호 보물 (24) 목아박물관 ‘청동 불좌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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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높이 47㎝, 청동, 고려시대.

불상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십시오. 석가모니의 설법행, 즉 부처가 법문을 행하는 모습을 빚은 듯한 이 불상의 입매와 눈매는 보일 듯 말 듯 살짝 올라가 있습니다. 오래 된 청동 특유의 푸른 녹빛이 눈과 입술선을 따라 남아있어 그 미소는 더 오묘한 기운을 뿜어냅니다. 양 눈썹 사이에서 빛나는 백호, 자연스러운 옷주름과 손의 모양까지 나무랄 데 없이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완벽해 보이는 이 불상의 하반신을 자세히 뜯어보면 그 빛깔이 조금 다름을 알 수 있습니다. 박찬수(중요무형문화재 108호 목조각장) 목아박물관장이 일부 파손된 불상을 나무로 받쳐 복원한 것입니다. 하반신을 일부 잃은 불상은 박 관장이 목아박물관의 전신인 목아전통공예관을 운영하던 시절, 경북 영주의 한 토굴에서 수행하던 어느 노스님에게 기증받은 것입니다. 사립박물관에 대한 인식이 자리잡히지 않았던 당시에 귀한 유물을 기증받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었답니다. 박 관장은 그 힘으로 지금껏 박물관을 이끌어오고 있다고 회고합니다.

목조각장인 박관장의 불상이나 동자상은 나무를 깎았으리라 믿기지 않을 만큼 자연스러운 선으로 유명합니다. 특히 그 미소가 빼어나지요. 그 염화미소는 바로 이 불상에서 온 것이라고 합니다. 가식으로 웃는 웃음이 아니라 속에서부터 온 몸으로 퍼지는 진실한 웃음. 그것을 늘 의식하고 나무를 다듬게 되었다는 것이죠. 그렇게 새긴 미소는 전국 각지의 사찰 등지에서 보는 이들에게 진실한 미소를 퍼뜨리고 있습니다. 웃어도 웃는 게 아니라며 쓴 웃음 지을 일이 많으신가요. 이 불상의 미소를 잠시 들여다보세요. 미소는 전염성이 강하니까요.

이경희 기자

◆목아박물관(www.moka.or.kr)=3700여 평 규모에 각종 불교 관련 문화유산과 현대 불교 조각 작품을 전시한 불교 미술 전문 박물관. 경기도 여주군 강천면 이호리. 031-885-9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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