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레드 존'-실천의지가 문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청소년보호위원회가 개정 청소년보호법이 발효되는 7월부터 청소년 통행금지구역 (Red Zone) 을 지정해 운영키로 했다.

이번 대책은 청소년의 범죄와 탈선, 특히 윤락가 등의 유해지역에서 멍들어 가는 청소년들을 보호하고, '접근금지' 라는 원천봉쇄를 통한 타락 예방에 그 목적이 있다.

더구나 그 통행금지지역과 시간대별로 통행이 제한되는 지역을 지방자치단체장으로 하여금 의무적으로 지정토록 한 것 등은 정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청소년문제가 그만큼 심각해졌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유흥가나 주택가 구분없이 전국에 술을 파는 업소가 53만여 곳에 이르고, 중.고교 남학생의 78%와 여학생의 69%가 음주를 경험했다는 놀라운 통계도 나와 있다.

게다가 IMF상황이라는 경제적인 이유에서 스스로 윤락가에 뛰어드는 이른바 생계형 탈선도 늘고 있어, 그야말로 청소년 보호문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물론 이번 대책이 여러 분야의 청소년 대책 가운데 하나라고 이해는 하면서도, 대책이 나올 때마다 우리가 느끼는 아쉬움은 바로 실천의 문제다.

유해지역에 대한 출입제한제도는 지금도 있다.

서울.부산 등 전국적으로 윤락가 44곳, 유흥가 15곳, 기타 우범지역 8곳이 청소년 출입제한구역으로 지정돼 단속할 수 있도록 돼 있으나 지금껏 실효성이 없었다.

이번 대책에 따라 이들 지역은 통행금지지역에 포함될 것으로 보이나, 종전의 '계도' 중심 단속에서 '원천봉쇄' 로 단속이 강력해진다고 해서 청소년보호가 더 완벽해진다는 보장이 있겠는지 의구심이 생겨서 하는 소리다.

게다가 '수요' 의 문제도 심각해 보인다.

구인광고를 보고 유흥업소에 찾아가 스스로 윤락행위에 몸을 던지는 경우도 문제지만 바로 그런 청소년을 찾는 수요도 문제라는 이야기다.

물론 이번의 개정 청소년법은 유흥업소에서 청소년을 옆자리에 앉히기만 해도 업주와 고객을 엄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다 자란 청소년들을 성인과 구별하는 것도 간단한 문제가 아닐 것이다.

이에 따라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유관부처와의 협조를 통해 지역별로 유흥업소를 밀집시키는 방안 등의 장기대책도 추진한다고는 하나 역시 문제는 실천의지로 귀결된다.

청소년보호 담당기관뿐만 아니라, 모든 관련 부처가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팔을 걷어붙일 때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본다.

아울러 기성세대들의 각성과 책임감도 중요하다.

또 한가지, 우리가 청소년 대책을 논할때 놓쳐서는 안될 점이 있다.

지금까지의 청소년 대책이 규제일변도라는 점이다.

'하지 말라' 고 하는 한편으로 '대신 이렇게 하라' 고도 어른들은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선도 (善導) 다.

"쥐도 도망갈 구멍을 보고 쫓으라" 는 말은 그래서 있다. 유흥가에 가지 않고도 용돈을 벌 수 있고, 욕구도 해소할 수 있는, 그런 청소년대책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