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클린턴]미 대외정책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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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빌 클린턴 대통령 탄핵문제가 상원의 손으로 넘어가면서 클린턴정부의 대외정책도 적지않은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공화.민주 양당지도부간의 타협 분위기.타결 방식.논의기간 등의 변수가 백악관과 의회 관계의 성격을 좌우하게 됐다.

특히 상원은 하원에 비해 대외정책에 깊이 관여하기 때문에 대통령 탄핵재판이 외교분야에 미칠 파장의 범위가 넓어질 가능성이 크다.

재선된 대통령은 으레 중간선거가 끝나면 남은 2년 레임덕에 빠지기 일쑤다.

그런 점까지를 감안하면 클린턴의 대외정책에서의 장악력이 급격히 떨어질 것이란 점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더구나 내년 상반기가 지나면서 2000년 대선 주자들이 속속 등장할 것이다.

이중 공화당후보들은 클린턴의 대내외 정책에 대해 거세게 도전할게 틀림없다.

이럴 경우 클린턴 외교정책의 난맥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클린턴이 상원의 최종심판 결과 탄핵을 면하고 '외교정책에서의 초당적 지지' 라는 관행이 유지된다 해도 탄핵논의 과정에서 첨예화된 양당간 불신은 대통령의 대외정책 수행에 부담으로 남게 될 전망이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서는 ^99년 5월말까지로 시한이 정해진 대북지원 예산 지출조건 심의 ^한반도 정책전반에 걸친 재검토 과정에서 공화당이 지배하는 의회의 입김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또한 임기응변식 한반도정책에 대한 의회 반발이 거세질 경우 이라크 사태처럼 대통령의 대외정책 장악력 과시차원에서 강경조치를 예상할 수 있으며 이 때 한반도 정세는 한국정부의 입장과 무관하게 긴장국면으로 접어들 우려도 있다.

한반도뿐 아니라 코소보와 같은 분쟁지역에서 미 정부의 강경한 외교정책을 점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레임덕 행정부에 대한 의회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강해지면서 미국의 기업과 지역구 이해를 대변하는 의회 목소리도 높아질 것이 예상되며 이 와중에 통상문제가 정부간 마찰로 비화될 경우 백악관이 이를 조정할 여지가 좁아진다는 점도 한국으로선 고민거리다.

더욱이 공화당이 대외정책 분야에서 대통령 흠집내기에 주력할 경우 미 외교정책 동요의 파장은 한반도에도 밀어닥칠 것이다.

워싱턴 = 길정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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