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사는 스승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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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최근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교권침해 사태를 보면서 우리가 과연 제대로 된 사회에 살고 있는가 하는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학생을 체벌한다고 학생이 경찰에 신고를 하자 경찰은 학생과 교사를 함께 연행하는 해괴한 일까지 벌어졌다.

벌을 받은 학생의 부모가 학교를 찾아 여교사를 폭행까지 했다.

잡담하는 여학생을 나무라자 여학생 두명이 여교사의 머리채를 잡고 폭행하는 일까지 지난달에 일어났다.

어째서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크게 보면 권위부재 (不在) 현상 때문이다.

사회를 지키는 최소한의 권위가 교사의 권위라고 할 수 있다.

이 권위마저 사라진 탓이다.

교사는 단순 지식전달자로 떨어졌고 일부 교사 스스로 권위를 실추시키는 학교 비리와 연루됐다.

여기에 언론이 학교를 마치 복마전처럼 줄곧 보도해 교사 곧 비리집단으로 보는 시각까지 형성됐다.

정부의 교육개혁도 모든 교사를 개혁의 대상으로 보고 있으니 교사의 권위가 서려야 설 자리가 없어졌다.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 학부모의 가족이기주의가 교사를 우습게 보는 풍토를 만들었다.

TV드라마 '보고 또 보고' 는 초등학교 교사를 주인공 중 한사람으로 등장시켜 학교 현실문제를 이따금 제기하고 있다.

'왕따' 를 괴롭히는 말썽꾸러기 학생을 불러 집단 괴롭히기의 잘못을 타이르고 작은 잣대로 손바닥을 몇대 때린다.

이튿날 문제학생의 어머니가 달려와 교사를 상대로 행패를 부린다.

어떻게 키운 내 자식인데 당신이 폭행할 수 있느냐는 항의였다.

지금 학교 안에서 너무도 흔하게 일어나는 기막힌 실제상황이다.

무너진 교권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교사집단 스스로 교권회복을 위한 정화작업을 벌이는 게 우선 시급하다.

숱한 교육비리가 쏟아질 때마다 교사집단은 침묵했다.

한국교총을 위시해 어떤 교사집단도 스승답기 위한 자체 정화 선언이나 실천노력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정년단축 같은 공통이해에만 매달려 결의하고 선언하는 모습을 보였 다.

신뢰받는 교권이었다면 정년단축 같은 발상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에 좀 더 반성할 필요가 있다.

좋은 의미의 권위란 남이 치켜세워주는 측면도 있다.

정부와 언론이 앞장서 교사를 치켜세우는 의도적 작업을 해야 한다.

한때 지역 모임이 있을 때마다 교장선생님을 상석에 앉히자는 정부안이 나와 시행된 적이 있었다.

이런 허례허식 말고 진정한 의미에서 교사를 상석에 앉혀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구체적 교권확립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어떤 학교체벌도 금한다는 방침 이후 체벌을 둘러싼 학교.학부모간 마찰이 끊이질 않고 있다.

학교에 자녀를 맡겼으면 교사에 대한 신뢰를 지녀야 한다.

사랑의 매라면 맞을 수밖에 없다는 학부모의 이해가 있어야 자식이 바르게 자랄 수 있고 교육이 바로 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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