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선 차 몰 경우 배출한 가스 만큼 환경 부담금 더 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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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지구온난화의 피해를 막기 위해 개인은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 최근 영국과 미국에서 새로운 실천 방법이 등장했다.

영국의 '클라이미트 케어'(www.climatecare.org)라는 환경단체는 자동차를 운전하거나 비행기 여행을 하면서 내뿜은 이산화탄소의 양에 비례해 이를 상쇄할 만큼의 돈을 개인.기업에서 받는다. 인터넷에서 신용카드로 지급한 돈은 차곡차곡 쌓여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 사업에 투자된다.

단체 홈페이지에선 온실가스 배출량과 이를 상쇄하기 위해 필요한 액수까지 친절하게 계산해준다. 예를 들어 '휘발유 1ℓ로 10㎞를 달릴 수 있는 자동차를 연간 1만5000㎞ 몰고, 연간 3300㎾h의 전력을 소비했다'고 입력했다고 하자. '4.88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고 이를 상쇄하기 위해서는 61.39달러(약 7만4000원)를 내야 한다'고 알려준다. 물론 돈을 지급할 것인지는 그때 결정하면 된다. 한 공항에서 다른 공항까지 항공기를 이용한 경우에도 온실가스를 얼마나 배출했고,얼마를 지급해야 하는지도 금방 계산된다.

2002년부터 시작된 미국의 '그린 파워' 프로그램(www.green-e.org)도 취지가 비슷하다. 풍력.태양열.지열.수력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쓰고 싶지만 실제 거주 지역에선 이용할 수 없을 때가 많다. 이 경우 태양열 등 자가발전 시설을 갖추거나 '재생에너지 증서'를 구입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증서 구입으로 화력.원자력발전과 재생에너지 발전 사이의 생산비용 격차를 메워줌으로써 재생에너지 발전을 지원하는 '헌금'을 내는 것과 같다. 재생에너지 발전이 경쟁력을 갖게 돼 기존 시장을 파고들 여지를 만드는 셈이다.

실제 개인의 전력 사용량에 맞춰 구입할 수도 있지만 이와 무관하게 1000㎾h 등의 단위로 사기도 한다.

미국의 경우 석탄.가스 화력발전소가 전체 오염물질 배출량 중 이산화탄소의 36%, 아황산가스의 67%, 수은의 33%, 질소산화물의 28%를 차지하고 있다. 이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 환경보호청(EPA)도 이 프로그램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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