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10명 키워낸 뒤 월급 절반 기부하는 아버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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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사회적 기업 이 많이 생기면 실업자를 줄이고 경기를 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한국의 사회적 기업은 아직 숫자가 적은 데다, 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브리엄영대학의 ‘조직 리더십’ 전공 교수이자 사회적 기업가인 워너 우드워즈(67·사진)는 한국 사회적 기업의 현주소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그는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 일컬어지는 피터 드러커(1909~2005) 탄생 100주년을 맞아 피터드러커 소사이어티(이사장 조동성 서울대교수) 와 대한상공회의소가 16~17일 서울에서 연 기념 세미나에 참석해 ‘피터 드러커 이론의 사회적 기업에 대한 적용’이란 제목으로 주제 발표를 했다.

그는 주제 발표에서 “드러커는 평범한 개인이나 조직도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사회 혁신을 통해 빈민을 구제하는 등 ‘특별한 일’을 할 수 있다고 믿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경우 현재 200여만개의 비정부기구(NGO·사회적 기업 포함)가 공익적 사업,일자리 창출 등 정부나 민간기업이 하지 못하는 역할을 훌륭히 해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한국의 사회적 기업들과 달리 정부 지원은 받지 않으면서 개인·단체의 기부금이나 자원봉사 활동의 도움을 받아 운영된다고 한다. 그 자신도 대학 강의 경험을 바탕으로 마이크로크레딧(무담보 소액대출은행), 대학생 모금단체 등 총 26개의 NGO에 창업자·이사장 등으로 관여하고 있다.

이들 NGO에서 지난해 모두 4400만 달러(약 556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하지만 그는 급여는 받지 않고 기부만 했다.

그는 세 쌍둥이를 포함, 모두 10명의 자녀를 키워 낸 ‘다둥이 가장’이다. 이들 가운데 두 명은 멕시코와 브라질에서 각각 입양했다. 대가족인 데다 아내가 전업주부여서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않지만 기부를 많이 했다.

우드워즈는 “그 동안 월 수입의 15%정도를 기부해 왔으나,최근에는 아이들이 모두 성인이 되면서 경제적 지원을 전혀 하지 않기 때문에 기부액을 50%이상으로 늘렸다”고 했다. 그는 “드러커가 칭찬한 것처럼 한국은 6·25 전쟁의 폐허를 딛고 짧은 기간에 경제를 부흥시켰다”며 “한국인은 부지런하고 신뢰도가 높아 멀지않아 경제난을 극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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