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익는 마을]18.공주 봉정마을 계룡 백일주…'신선주'라 불린 술중의 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술중의 술' .지난해 10월 농림부가 개최한 민속주 품평회에서 공주시가 출품한 민속주가 대상을 수상했다.

바로 '계룡 백일주' 다.

계룡 백일주는 계룡산에서 빚는 술이 아니다.

계룡산이 공주를 상징한다고 해서 백일주가 89년 무형문화재로 지정받을 때 붙은 이름이다.

충남공주시봉정동. 공주에서 부여쪽으로 나가다 만나게 되는 농촌마을이다.

봉황낙지 (鳳凰落地) 라는 좋은 묘자리가 있다고 해서 봉정 (鳳亭) 이란 지명이 생겼고 효자.효부가 많기로 소문난 마을이다.

4백50명의 주민이 있는 봉정마을의 주요 산업은 농업. 추수가 끝난 겨울들판은 을씨년스럽고 때마침 비까지 오락가락해 추위를 달랠 후끈한 한잔 술이 생각난다.

“계룡 백일주는 연안李씨 집안에서 4백년간 대대로 빚어온 술입니다.”

지복남 (73) 씨는 남편에게 들었다며 술의 내력을 말해준다.

인조반정의 공신이었던 이귀 (李貴)가 왕실에서 술빚는 법을 배워 그때부터 왕실에 술을 진상하고 문중의 제사나 명절때 이 술을 빚었다는 것이다.

계룡 백일주는 '신선주' 로도 불린다.

선비들이 공산성 누각에 올라앉아 금강을 바라보며 술을 마시고 시회를 갖는 것을 '신선놀음' 이라 했고 그때 마시던 술을 신선주라 했는데, 그 신선주가 계룡 백일주였다.

계룡 백일주가 봉정동에서 빚어지기 시작한 때는 50년전부터. 지복남씨의 시아버지이자 화가였던 이경배씨가 봉정에 터를 잡았고 이때부터 술을 빚기 시작했다.

“시아버지는 소신을 지켰던 분입니다.

창씨 개명을 끝까지 거부했고 술빚기를 금하던 일제시대에서도 백일주를 드셨으니까요.” 지복남씨는 시아버지의 이같은 소신이 계룡 백일주의 명맥을 잇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백일주는 재료와 숙성기간으로 볼 때 웬만한 집안에서는 빚을 엄두를 못냈던 술이다.

찹쌀을 주재료로 삼아 솔잎.진달래꽃.국화와 벌꿀을 넣었고 담근지 백일이 되어야 술을 맛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백일주를 입안에 담고 계룡산을 바라보면 공주의 선비들이 떠오른다.

아마 그들은 달을 쳐다보며 술을 마시고 시조를 읊으며 술을 마시면서 어지러운 세상사를 뒤로 돌렸을 것이다.

송명석 기자

〈계룡 백일주는…〉

▶특징 = 계룡 백일주는 각각 알콜도수 40도의 소주와 16도의 약주 두가지 술이 있다.

소주.약주 모두 음주후에도 머리가 아프지 않아 애주가들에게 인기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조방법 = 밑술을 30일간 발효시키고 본술을 빚어 술이 다 익기까지 70일이 걸려 백일이 되어야 술을 맛볼 수 있다.

▶가격.문의 = 소주는 6백 (2만원)~9백㎖ (3만3천원) .약주는 4백 (6천원)~7백㎖ (1만5천원) .계룡 백일주 (0416 - 53 - 8511) .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