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썰렁한' 설…30대그룹 상여금 없거나 줄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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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샐러리맨들에게 올해는 무척이나 썰렁한 설이 될 것 같다.

국제통화기금 (IMF) 한파로 올해는 대부분의 30대 그룹 계열사 임직원들이 설 상여금은 고사하고 관례적으로 지급되던 귀향비나 조그만 선물조차 제대로 받기 어려울 것으로 나타났다.

본사가 최근 30대 그룹을 대상으로 '설날 상여금 지급계획' 을 조사한 결과 기아.한라.진로.해태.뉴코아 등 법정관리나 화의 (和議) 를 신청한 곳들은 대부분 설 상여금을 주지 않기로 했다.

이들은 이미 지난 연말부터 정기상여금은 물론 임직원의 월급조차 정상적으로 주지 못하고 있다.

한일그룹도 임직원들이 '정기상여금 1백% 반납' 을 결의했다.

한화.동아.한솔.코오롱.대상.신호 등 6개 그룹도 지난 17일 현재까지 50~1백%의 상여금 지급 여부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으나 이들중 일부는 상여금 감축 또는 취소가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삼성.현대.LG.거평 등은 원칙적으로 상여금은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들도 지난해 실적이 극히 부진했던 일부 계열사에는 상여금을 줄이거나 주지 않는 방안을 놓고 노사간 협의가 진행중이다.

귀향비나 선물을 없애거나 대폭 줄인 곳도 많다.

현대의 경우 건설은 올해부터 명절 선물지급을 중단키로 했고, 자동차도 귀향비 (25만원) 를 지급할지 여부가 미정인 상태다.

LG는 회장실이 앞장서 설 선물을 없앴고 계열사들도 선물 규모를 지난해 10만~15만원에서 5만~10만원으로 줄였다.

대우는 자동차.전자.중공업 등 일부 계열사에 지급하던 귀성여비 30만~35만원을 줄이는 방안을 노조와 협의중이며, SK.동부 등도 설 선물을 없앴다.

그러나 아남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성과급 (기본급의 60%) 과 5만원 상당의 선물을 주기로 했으며 거평도 계열사중 지난해 실적이 좋았던 대한중석만 직원들에게 50%의 성과급을 주기로 했다.

한편 대기업들이 설 선물을 줄이다 보니 백화점들의 단체선물 매출이 예년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이원호·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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