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귀농 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지난 한 세기 동안 모든 산업분야에 걸쳐 가장 큰 변화를 보인 것은 농업이었다.

'생산성의 향상' 이란 측면에서 보면 농업의 생산성은 '신석기 (新石器) 의 혁명' 이후 어느 1백년보다 큰 폭으로 향상됐다.

농업의 기계적.생물학적.화학적 혁명 탓이었고, 당연히 농업 노동자의 급격한 감소현상이 뒤따랐다.

20세기 중반까지 전세계 농촌의 노동력은 26%가, 그 다음 10년 간은 무려 35% 이상이 감소했다.

60년대 이후에는 불과 10년 동안 농업 노동력의 40%가 기계에 의해 대체됐다.

19세기 후반까지만 해도 농부 한 사람이 네 사람을 먹여 살리기에 충분한 식량을 생산했으나 오늘날에는 미국의 경우 농부 한 사람이 80명 이상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식량을 생산한다.

학자들은 나라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앞으로 20년 이내에 농업의 '완전 자동화' 가 실현되리라 장담한다.

이미 몇해전 '사이언스' 지는 순전히 컴퓨터와 로봇에 의해서만 운영되는 완전 자동화된 '미래의 농장' 을 그린 적도 있다.

옥외 농업의 대부분은 자취를 감추게 되고, 농부니 농사꾼이니 하는 직업도 사라지리란 것이다.

하지만 농업의 과학화.기계화가 요원한 대다수 민족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요, 장밋빛 청사진일 따름이다.

지구상의 절반 가까운 인간들은 아직도 농사에 매달리고 있으며, 절대다수는 여전히 재래식 방법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만약 미국과 같은 선진국이 저개발국의 농촌 과학화에 뛰어든다면 일자리를 잃게 된 농민들은 폭동을 일으킬는지도 모른다.

우리나라만 해도 농업의 과학화는 아직 초보단계다.

농촌에서 살다가 떠났던 사람들은 물론 도시 태생의 사람들조차 귀농 (歸農) 하는 현상을 보이는 것도 농촌에서 아직 많은 일손을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국제통화기금 (IMF) 한파로 직업.직장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귀농을 희망하는 분위기는 갈수록 무르익는 모양이다.

지난해 이맘때 농림부가 3천여명의 귀농농가 세대주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76%가 연간 2천만원 이하의 '저소득층' 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금도 농가소득 2천만원을 저소득층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살기가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귀농할 여건이 갖춰져 있는 사람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는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