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올림픽을 대중과 함께하는 축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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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한국이 2014년 국제수학자대회를 유치하는 데 열정적이라는 것을 피부로 느꼈어요. 개도국 수학자 1000명의 여행 경비를 지원해 초청한다는 한국의 제안은 지금까지 어느 대회, 어느 유치 신청 국가에서도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25일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국제수학연맹 라슬로 로바스 회장, 마틴 그뢰첼 사무총장, 마쯔밍 부회장(왼쪽부터). [사진 고등과학원 제공]


‘수학 올림픽’으로 불리는 국제수학자대회(ICM) 유치 실사단으로 내한한 국제수학연맹 라슬로 로바스 회장은 한국의 실사 결과에 높은 점수를 줬다. 25일 서울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에서 함께 온 마틴 그뢰첼 사무총장, 마쯔밍 부회장과 함께 한 공동 기자회견장에서다. 세 명의 실사단은 “한국의 대회 유치 열기와 지원 의지에 대해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들은 2014년 대회 유치를 신청한 한국·캐나다·브라질 중 한국을 가장 먼저 방문했으며, 26일 출국한다. 기자 회견은 세 명의 실사단이 기자들의 질문에 돌아가며 답하는 형식이었다.

개최 후보지 결정은 4월 중국에서 열리는 국제수학연맹 집행위원회에서 한다. 마쯔밍 부회장은 유치 단계에서부터 언론의 높은 관심을 보고 놀랐다고 했다. 2002년 중국 베이징 대회 조직위원장을 맡았던 그는 “그 당시 중국 언론은 한국과 대조적으로 대회가 끝난 뒤에야 관심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그뢰첼 사무총장은 1998년 독일 베를린 대회의 조직위원장을 맡았던 경험을 들려주며 한국이 대회를 유치할 경우 중점을 둬야 할 것을 ‘훈수’했다. 그 대회 때 수학자들만의 대회가 되지 않고 대중과 호흡하기 위해 ‘수학 영화 축제’를 열어 호평을 받았다는 점을 들었다. 또 다양한 수학 축제를 열어 대중들과 함께했으며, 그 효과는 10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 부회장 역시 “베이징 대회가 청소년에게 깊은 감명을 줬으며, 많은 청소년이 수학으로 진로를 정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대회 후일담을 들려줬다.

한국 수학계의 역량에 대해서도 높은 점수를 줬다.

로바스 회장은 “한국의 수학 논문 발표 건수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고,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도 항상 상위권에 드는 등 한국의 수학계는 크게 발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회를 유치하는 데 필요한 학문적 역량도 갖췄다는 것이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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