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 살인마 일본열도 경악 - 길가던 女초등생 3월에도 살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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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일본국민의 치를 떨게했던 시체 절단 사건의'살인마'가 피해자와 잘 아는 이웃의 중학교 3년생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일본열도가 또다시 충격에 휩싸이고 있다.

문부성은 이날 고베(神戶)시 현지에 조사단을 급파했으며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일본총리도“우리도 같은 또래의 아이들이 있는데”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지난달 27일 고베시에서 하세 준(土師淳.11)을 살해한 혐의로 28일 체포된 이 용의자는 경찰에서“나보다 약하다면 상대가 누구라도 좋다고 생각했다”고 진술,비뚤어진 심리를 단적으로 드러냈다.

용의자는 특히 살해된 피해자와 같은 마을에 살며 상대방의 집에도 놀러갈 정도로 친한 사이여서 그 냉혹함에 주변사람들을 더욱 경악시키고 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이 용의자가 지난 3월 대낮 길에서 초등학교 4학년 여학생을 흉기로 때려 살해하고 다른 3학년생 여자어린이에게 중상을 입힌 소위'길거리 연쇄 마귀 사건'도 저지른 혐의가 있다고 전했다.

범행동기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용의자는 평소 일본및 미국의 연쇄살인사건에 관한 책을 즐겨 읽었던 것으로 알려졌다.또 결석이 잦고 학교교육에도 강한 불만을 표해왔다는 것.그러나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14세 소년이 저지른 것으로는 믿기지 않을 잔인성.용의자가 피해자의 시체 일부(머리)를 버린 곳은 바로 자신이 다니던 중학교 교문앞이었는데 관계전문가들은 이를 두고“폭력물에 방치돼있는 비디오세대의 폭력 둔감증이 불러온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편 사건발생 직후“이 사회에 대한 복수를 하겠다”는 내용의 편지가 고베신문사로 날아들자 일본에는 범인이 일본사회에 불만을 품은 중국인 아니면 한국인이라는 설이 퍼졌고 TBS-TV는 범인이 재일한국인임을 암시하는 내용의 프로그램을 방영,파문을 일으키기도 했으나 결과적으로 그같은 추정이 잘못된 것임이 밝혀지게 됐다. 도쿄=노재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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