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미네르바 글로 외환 20억 달러 이상 소진 추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서울중앙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는 ‘미네르바’ 박대성(31·구속)씨의 글 때문에 지난해 말 정부가 환율 안정을 위해 외환보유액에서 20억 달러 이상을 쓴 것으로 추산된다고 12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9일 오후 2시쯤 박씨가 포털 사이트 다음의 토론방 아고라에 미네르바라는 ID로 “정부가 기업과 금융기관의 달러 매수를 금지했다”는 글을 올린 뒤 외환시장에서 달러 매수세가 갑자기 급증했다는 것이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오후 2시30분 이후 장이 마감하는 3시까지 달러 매수 주문이 하루 거래량의 39.7%에 이를 만큼 주문이 몰린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평소 이 시간대 달러 매수 주문(하루 거래량의 10∼20%)과 비교하면 적어도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또 글이 게시된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 30일까지 달러 매수세가 계속 이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당시 달러 수요량이 하루 평균 38억 달러보다 22억 달러 더 많은 60억 달러로 치솟았다. 환율 안정을 위해 정부가 외환시장 안정화 비용으로 20억 달러 이상을 추가로 지출해야 했다는 게 검찰의 계산이다.

그의 글이 외환시장을 교란시키고 외환보유액에 손실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9~30일 10만 달러 이하 소액 매수 주문이 예년에 비해 늘어났다. 최소 박씨의 글이 촉매제 역할은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외환시장 전문가들의 견해다. 또 박씨의 글이 블룸버그통신을 통해 해외로 전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한국 정부가 외환 거래를 금지할 수도 있다’는 인식을 갖게 한 것으로 판단했다. 정부가 직접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질 경우 ‘환율 조작 국가’로 낙인찍히면서 국가의 대외신인도가 떨어지게 된다. 검찰은 박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기 이전부터 외환 당국 담당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이 같은 내용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검찰 관계자는 “박씨의 글은 국제신인도와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그는 공익을 해칠 것을 알면서도 글을 올렸다”고 말했다.

검찰은 박씨가 ‘정부 긴급명령 1호’ ‘긴급 공문 전송’ 등 자극적 표현을 사용해 글을 쓴 것은 허위 내용의 가짜 호외(號外)와 비슷한 성격을 갖고 있다고 봤다. 또 ‘촛불시위 여대생 사망’이나 ‘전경 여대생 강간’ 등 최근 허위사실 유포 사건보다 공익 침해의 정도가 더 크다고 검찰은 밝혔다.

공범 여부와 관련, 검찰은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공범 또는 또 다른 미네르바의 존재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론 단독 범행이라고 잠정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의 통화내역을 조회한 결과 보통 현대인 수준보다 통화량이 대단히 적었다고 한다. 수사팀 관계자는 “현재까진 공범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박씨에게 NDF시장, BDI지수, 트리클 다운 효과, 스프레드 등 경제학 용어를 질문했는데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잘 설명했다”고 전했다.

 이철재·최선욱 기자

[J-HOT]

▶ "월 700만원 순익"…9개월간 딱 하루 쉬어

▶ 현숙 '아버지, 자신 씻기려는 딸 머리채 잡기 일쑤'

▶ "한국궁사 겁났는데, 요즘은…" 中얘기에 충격

▶ 대국민 사과 "국민만이 강기갑 심판할 수 있다"

▶ "권력기관장 4명 중 3명 교체"

▶ '신라면' 가장 싼 나라는 중국, 가장 비싼 나라는…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