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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700만원 순익” … 41세 명퇴자의 창업 성공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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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수도권 4년제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한 조창민(41·사진)씨는 캐피털 회사에 다니다 30대 말이던 2007년 12월 명예퇴직을 했다. 당시 회사 사정이 나빠져 동료·선후배가 명예퇴직이나 권고사직을 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는 ‘장기적으로 창업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품었다. 그가 10년간의 직장생활을 마치고 회사로부터 받은 돈은 1억원가량. 중학교 1학년과 초등학교 3학년인 자녀를 키우고 있지만, 이 돈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갑자기 수입이 끊기면서 그의 가족은 공과금도 내지 못하는 힘겨운 생활을 해야 했다.

“퇴직 직후부터 창업 아이템 물색에 나섰습니다. 밤잠을 안 자고 인터넷을 뒤지고, 창업 강좌나 박람회에 빠지지 않았습니다. 4~5개월이 지나니 아이템에 대한 답이 나오더군요.”

음식점으로 창업 아이템을 좁힌 그는 수많은 가게를 직접 돌아다녔다. 맥줏집과 치킨집 등 10여 곳을 따져봤다. 해당 브랜드로 영업하는 곳을 찾아가 음식을 먹어보고 서비스 상태를 점검했다. 그러고는 얼음을 이용한 자연냉각 방식의 생맥주 체인점을 내기로 결정했다. 이후 점포를 낼 상권 분석에 들어갔다. 경기도 일산에서부터 서울 신촌·마포·시청 근처 등 장사가 될 만한 상권은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였다. 그는 “그 지역에 차를 대놓고 점심 때 유동인구가 얼마나 되는지를 봤다”며 “저녁과 밤늦은 시간까지 시간대별로 얼마나 장사가 되는지를 따지다 보면 새벽이 되기 일쑤였다”고 술회했다.

예비 창업자들이 12일 오후 서울 역삼동 소상공인지원센터에서 올 들어 처음 열린 외식업 창업강좌에 수강 등록을 하고 있다. 희망퇴직으로 직장 밖으로 나온 젊은 층이 늘어나면서 이 강좌에는 30대 이하 수강생이 30%를 넘었다. [김경빈 기자]


그는 지난해 4월 서울 화양동 건국대 부근의 고깃집을 인수해 165㎡ 규모의 크림생맥주전문점을 열었다. 퇴직금에다 저축해 둔 돈을 더하고, 빚을 지지 않기 위해 부모의 도움을 받아 창업비용 3억8000만원을 마련했다. 준비를 철저히 한다고 했지만 창업 초반에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여름철과 베이징 올림픽을 거치면서 사업은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 그는 창업 이후 지금까지 추석 당일을 빼고는 쉬어 본 일이 없다. 매일 오후 4시쯤 가게에 나가 영업이 끝나는 다음날 새벽까지 자리를 지켰다. 그는 “6개월이 지나니 사업 베테랑이 됐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불황이라는 요즘도 월 매출 3500만~3800만원에 순이익이 700만~800만원가량 된다”고 소개했다.

-퇴직 직후에는 어땠나.

“막상 시작하려 하니 음식업 중에도 뭘 선택해야 할지 갈팡질팡하게 되더라. 직접 돌아다녀 보며 해결했다. 이후엔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을 찾는 데 집중했다. 비슷한 가게가 주변에 있다고 포기하는 이들이 있는데, 요즘은 어떤 업종이든 마찬가지다. 상권의 손님 흐름을 읽는 게 중요하다.”

-가게 운영의 주안점은 어디에 두나.

“주인이 손님의 입장에서 운영하면 답이 나온다. 화장실이 지저분한 가게라면 또 가고 싶은 생각이 안 들지 않나. 프랜차이즈이긴 하지만 이윤이 적더라도 좋은 식자재를 쓰는 정성을 기울인다.”

-창업을 준비하는 퇴직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요즘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많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기 자신의 확고한 의지가 중요하다. 아이템이 생겼을 때 다리품을 팔아 제주도까지라도 갈 수 있는 성의가 있어야 한다.”

김성탁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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