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주장은 은행이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않고 금리를 멋대로 올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은행 측은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해외에서 돈을 빌려 오는 비용이 크게 증가한 만큼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예상하지 못한 금융시장 불안 탓에 일어난 고객과 은행 사이의 갈등이 소송으로 번진 것은 키코(KIKO)에 이어 두 번째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우씨가 낸 한 달 이자는 550만원에 달했다. 100엔당 원화 가치가 1500원대로 가파르게 떨어져 원금이 9억8000억원으로 불어났고 적용 금리도 6%대로 뛰었기 때문이다. 우씨는 원화 가치가 떨어져 원금이 증가한 부분은 받아들인다. 하지만 금리가 크게 뛴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우씨는 “은행 측은 엔화를 빌려오는 조달금리가 뛰었다고 하지만 실제 대출금리는 그 이상 올랐다”고 주장했다.
2006년 6월 0.2%이던 엔화의 6개월 리보금리는 지난해 10월 1.18%까지 뛴 뒤, 최근엔 0.9%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 모임의 대변인인 최재일(41)씨는 “초기에 연 2% 내외였던 대출금리가 최근엔 연 8~9%로 뛰었다”며 “리보 금리의 인상분을 초과해 금리를 올린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은행들은 해외에서 엔화를 빌려오는 금리가 올랐기 때문에 만기 연장 때 금리가 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 관계자는 “국내 은행이 엔화를 빌릴 때는 리보에 일정한 가산금리를 낸다”며 “엔화를 들여오는 조달 비용이 연 4%를 넘는다”고 말했다.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리보금리와 실제 조달금리는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대출자들은 만기가 10년이고 6개월 단위로 금리가 바뀌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다”며 “사실은 매년 계약을 새로 하고 1~6개월 단위로 금리가 바뀌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쟁점은 약정을 제대로 했느냐다. 엔화 대출은 대부분 1년 만기짜리다. 그 이후는 연장을 하는 형식으로 이어간다. 따라서 은행들은 매년 계약을 갱신해야 한다.
그러나 협의회는 이런 과정이 없었다고 주장한다. 우씨는 “최근 은행에 가서 대출약정서를 복사해 왔는데 금리란이 비워져 있었다”며 “이런 상태에서 멋대로 금리를 올리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신우의 박문길 변호사는 “엔화 대출을 받았다면 원화 가치 변동에 따른 위험성은 인식하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면서도 “약관법에 따라 계약 내용을 충분히 설명했느냐가 은행에 과실이 있느냐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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