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삼성효행상 가수 현숙씨, “병석 부모가 저를 꿋꿋하게 살도록 해주었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삼성효행상 특별상 수상자로 선정된 가수 현숙씨. 아버지를 치매로 잃은 뒤 치매 바로 알리기에 힘써온공로를 인정받았다. [김도훈 인턴기자]

 그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부모님께 더 잘 못해드려 죄송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30년 가까이 부모의 병 수발을 들고, 치매홍보대사로 활동한 공로로 제33회 삼성효행상 특별상을 받게 된 가수 현숙(본명 정현숙)의 일성은 부모님 살아생전에 더 잘 모시지 못한 데 대한 회한이었다. <본지 1월12일자 28면>

1980년부터 중풍으로 몸져누웠던 어머니는 2007년 어느 비 내리던 날 세상을 떠났다. 91년부터 치매를 앓은 아버지는 96년 눈이 오던 날 이승을 하직했다. 살아생전, 치료 약물의 부작용으로 거구가 된 어머니를 목욕 시키는 건 힘에 부친 일이었다. 툭 하면 사라졌다가 파출소에서 모셔가라는 연락이 오던 아버지를 돌보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아버지는 딸을 알아보지 못하고, 자신을 씻기려는 딸의 머리채를 잡기 일쑤였다. 병상에서 세상을 떠난 부모님의 머리맡은 6남매의 막내인 현숙 씨가 지켰다. 결혼해 사는 오빠·언니 대신 독신인 자신이 맡겠다고 나섰다.

“사람들은 제가 부모님을 돌봤다고 생각하시죠. 하지만, 사실은 정반대였습니다. 오히려 부모님이 계셔서 제가 더욱 꿋꿋하게 세상을 헤쳐나갈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뒤 내가 심하게 몸살이 났을 때, 또 외로웠을 때 특히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그에게 치매와 중풍에 걸린 부모는 무거운 짐이 아니었을까. “전혀 그렇지 않아요. 부모님께서 돌아가시고 나면 제가 하고 싶은 일을 많이 할 수 있을 줄 알았죠. 그런데 막상 혼자 남으니 몸도 아프고 의욕도 없어지더라고요. 부모님이 오히려 제가 살아가는 힘의 원천이었던 거예요. 특히 어머니를 여읜 뒤엔 세상을 다 잃은 거 같았어요.”

그래서 요즘엔 더욱 씩씩하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노래도 밝은 작품만 골라 부른다.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셔야 할 부모님이 제 걱정을 하시면 안 되잖아요.”

28년에 걸친 부모 병시중은 어떤 의미였을까. “병시중은 사실 제가 맘이 편하기 위해 한 거였어요. 힘들다는 생각했으면 말라 죽었을 거에요. 부모님이 제게 주신 거에 비하면 저는 아무것도 해드린 게 없죠. 무엇보다 저를 건강히 낳아 주셨잖아요. 부모님 덕에 이런 좋은 상도 타고요.”

그는 30일 서울 태평로 삼성생명에서 있을 시상식에서 받을 상금 1500만원 전액을 기부하기로 했다. 31일 KBS ‘사랑의 리퀘스트’ 프로그램에 나가 치매 노인을 위한 이동목욕차량 마련 성금으로 내기로 한 것이다.

“치매 어르신들은 목욕 시키려 하면 처음엔 완강히 거부해요. 하지만, 막상 따뜻한 물이 닿으면 아기처럼 순해지죠. 결국, 사람이란 늙어갈수록 아이가 되는가 봐요.”

그에게 기부 활동은 어머니를 추모하는 한 방법이다. “어머니는 김장하는 날이면 항상 이웃집에 김치배달 하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맛있는 게 있으면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게 원칙이었지요. 제가 틈틈이 드렸던 용돈을 안 쓰고 모아뒀다가 입원하셨던 한양대 병원에 기부하겠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그는 어머니가 모아뒀던 3700만원에 자기 돈 5000만원을 보탠 8700만원을 어머니 임종 뒤 한양대 병원에 기부했다. 돈이 없어서 수술을 못 받는 소아암 어린이들을 위해서다. 지난해에는 이동식 목욕차량 1대를 마련할 수 있는 성금 4800만원을 내놨다.

오늘도 그런 어머니를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는다. “저도 열심히 일해서 돈 많이 벌 거에요. 그래서 할 수 있는 만큼 기부하려고요. 이번 삼성효행상도 많은 젊은이에게 부모님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너무도 애틋한 존재가 부모님이더군요. 후회는 아무리 일찍 해도 늦어요. 지금이라도 당장 부모님께 전화 드리세요.”

전수진 기자, 사진=김도훈 인턴기자

[J-HOT]

▶ '부총리급'1급→10년 야인→KT사장 리더십

▶ 4억 들여 600억원 효과! 똑똑한 화천군

▶ '로또 1등' 번호 찍는 비법 알고보니…

▶ "내 위상이 고작…" 박찬호 펑펑 울었다

▶ '큰형님' 공백 틈타 낑낑대던 조폭들 꿈틀

▶ "아들·며느리가 10년째 70대인 날 해코지"

▶ "약지가 검지 보다 긴 사람이 돈 잘 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