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숙인 가장대신 주부 팔걷고 나서 여성 취업 급신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분당에 사는 주부 김혜원(金惠媛.38)씨는 올해초 명예퇴직한 남편을 대신해 지난달부터 보험회사 생활설계사로 나섰다.

남편이 아이스크림 가게를 차리기 위한 점포를 알아 보고는 있지만 남편의 사업 구상만을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고개 숙인 가장'대신 팔걷고 취업전선에 나서는 주부들이 크게 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12일 발표한'최근 고용동향 분석및 전망'에 따르면 올해 1분기중 남성 경제활동 인구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8% 증가에 그친 반면 여성 경제활동 인구는 5.8%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 참조〉 한국노동연구원 최강식(崔康植)동향분석실장은 이같은 현상을“실직한 근로자가 구직 활동을 포기하는 대신 주부등 다른 가족 구성원들이 취업전선에 뛰어드는 부가노동자 효과(added-worker effect)가 뚜렷해졌기 때문”으로 분석했다.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중 주노동 계층인 30~54세 남성 취업자 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4% 증가에 그친 반면 여성 취업자 증가율은 2.8%나 됐다.

이에 따라 불황에도 불구하고 올 1분기 전체 경제활동 인구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4% 늘어나 지난해 증가폭(1.7%)의 2배에 이르는 이상(異常)현상까지 나타났다.崔실장은“이같은 현상은 여성의 취업이 남성보다 어려워 여성 경제활동인구의 증가가 실업률의 급속한 상승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3월말 현재 실업률은 3.4%로 지난해 10월 1.8%를 시작으로 6개월동안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며 이같은 장기적 실업률 상승추세는 82년 이후 처음이다.특히 올해는 여성 신규실업의 여파로 예년의 경우와는 달리 평균실업률이 가장 높은 2월(2.9%)보다 3월의 실업률이 높게 나타나는 기현상까지 보이고 있다.

또 불완전 취업이 많은 여성들의 노동시장 대거 진출로 단시간 근로자가 급증,고용의 질적 수준이 크게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崔실장은“불황에 따른 심리적 효과로 여성등 비정규노동력 계층의 노동시장 진입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공공취업알선기관등의 직업안정망 확충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훈범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