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가하는 도시 실업자 불구 농촌에서는 여전히 일손 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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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명예퇴직.조기퇴직.감원바람 이후 도시에서는 일할 곳을 찾지 못해 노는 실업자가 많지만 농촌에서는 여전히 일손 부족에 허덕인다.

때문에 농촌 품삯은 올해도 연례행사처럼 어김없이 오르고 있다.농사라고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막노동쯤으로 생각하고 일하러 온 도시인들에게 일을 시켰다가 농사를 망칠 위기에 놓인 김상호(40.경남진주시문산읍시촌리)씨가 그 한 예. 2백평짜리 비닐하우스 3채에 고추농사를 짓고 있는 金씨는 고추수확기를 맞아 최근 진주 시내에서 온 남녀 일꾼 2명에게 고추따기를 시켰다가 낭패를 당했다.

“도시에서는 마땅한 일거리가 없어 농촌에 일하러 왔다”는 이들이 고추를 따면서 가지나 순을 꺾는 바람에 농사를 망칠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품삯을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전문가'가 아닌 초보자를 썼다가 이런 일을 겪고 난 金씨는 고추따기 경험이 있는 일꾼을 찾고 있으나 1주일째 일꾼을 구하지 못해 애태우고 있다.

품삯도 지난해보다 20%정도 올라 전문가는 하루에 남자 5만원,여자 3만원선. 초보자는 남자 4만5천원,여자 2만5천원선. 지난주부터 마늘 꽃대를 따내는 작업이 시작된 마늘 주산지 남해에서도 비싼 인건비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초보자를 썼다가 줄기를 망치는 일이 많아 일손이 2중으로 들어가는 고충을 겪고 있다.

이곳도 인건비가 지난해보다 20%정도 올라 전문가는 남자 5만원,여자 3만원선.초보자는 남자 4만2천~4만5천원,여자는 2만~2만5천원선. 포도 재배농가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김천시봉산면덕천리 일대 5천4백여농가들도 지난해보다 남녀별로 각각 1만~5천원정도 오른 남자 5만5천원,여자 2만5천원까지 주고 일손을 구하고 있으나 순치기를 제대로 하는 일꾼을 좀처럼 구하지 못하고 있다.

경남도 조사결과로는 올해 도내 21개 시.군의 평균 품삯은 남자 4만5천원,여자 2만8천원으로 지난해 남자 4만1천원,여자 2만5천원에 비해 10(남자)~12%(여자)씩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일손부족으로 이같이 품삯이 오르자 자치단체별로 일손돕기 창구를 개설해 놓고 전문가를 찾고 있지만 지원자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전문가가 아닌 지원자들은 마늘.양파수확등 주로 단순한 작업에만 동원될 예정. 경남도는 본격적인 농사철을 맞아 12일부터 6월말까지 모내기와 보리.마늘.양파등의 수확에 60만9천4백명이 필요하지만 4만6천명이 부족할 것으로 보고 21개 시.군 읍.면.동사무소등 4백69곳에 농촌일손돕기창구를 설치했다.

경북도도 23개 시.군의 읍.면과 농협.농촌지도소등에 일손돕기창구를 마련해 놓았으나 아직 지원자가 한 건도 없는 실정이다. 대구.창원=김선왕.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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