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경제 이끌 블레어 노믹스-복지국 위한 고세율 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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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영국 노동당이 지난 1일 실시된 총선에서 집권보수당에 역사적인 압승을 거둠으로써 토니 블레어 당수가 차기 총리에 오르게 됐다.

그의 새로운 경제비전인 블레어노믹스는 어떤 내용을 담게될 것인가.최근 한국기업 최적의 해외투자지로 떠오른 영국의 21세기를 펼칠 블레어노믹스는 우리에게도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놀랍게도 블레어노믹스는 신노동당의 경제 정강답지않게 거의 대처리즘을 닮았다.

골격을 먼저 정리해보자.1918년 이래 노동당정책의 대명사인 국유화정책을 포기했다.노조의 정치적 영향력도 드라마틱하게 줄었다.

전통적으로 강조해온 복지국가에의 집착이 없어지고 그것을 지탱하기 위해 높은 세금을 매기던 정책을 포기했다.

그대신 정부의 재정지출을 줄이는 한편 고소득층에게 높은 세금을 매겨 소득재분배를 꾀하지 않고 모든 개인이 일을 열심히 해서 보상받는 자세를 강조하고 있다.유럽연합과 관련해서는 보수당과 달리 마스트리히트 조약에도 가입하는등 비교적 개방적인 입장이다.우리로서도 투자이후 유럽시장 진출을 생각할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클린터노믹스와의 접점은 인력개발과 교육을 강조하는 것이다.이는 21세기 정보화및 지구화경제를 고려할때 결국 경쟁의 승패는 인력의 질로 판가름난다는 판단에 기초한다고 평가된다.우리의 대선주자들도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이같은 노동당의 경제정강을 이루는 블레어노믹스의 경제철학적 토대는 무엇인가.여기에 관한 단서는 지난해 블레어 노동당수가 싱가포르를 방문하면서 제시한'이해관계자 경제학(stakeholders economy)'의 세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리한테는 다소 생소한 용어인 이해관계자 경제학은 영국에서는 주주(shareholders)경제학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민간기업이 주주의 이익을 늘리는데만 신경쓰는 경제를 후자라 한다면 전자는 주주뿐 아니라 경영관리층.종업원및 고객등의 이해를 동시에 고려하는 경제를 뜻한다.

언뜻 보면 이해관계자경제는 독일.스위스등 유럽각국이나 일본같이 공동체성격이 강한 시장경제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젊은 블레어 총리가 앞으로 더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하겠지만 현재로는 미국형의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시장경제보다 독일이나 일본식 시장경제에 접근해 있는 개념으로 보인다.런던대학의 경제학과장이자 런던경영대학원의 초청교수인 존 케이가 정리하고 있는 이해관계자경제학은 시장경제의 사회적 성격을 강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영국의 경우 런던시티구역(금융중심지를 포함한 런던내 행정구역)에서의 협력적 전통이 예로 거론된다.'이해당사자관계(stakeholding)'라는 용어는 대기업의 역할에 관한 논의에서 출발한 것이다.

기업은 종사자들의 기술과 평생능력을 제고할 책임을 가진다.그 과정에서 종사자들에게 장기적인 고용안정을 보장한다.

이같은 이해관계자경제학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않다.특히 이코노미스트지나 파이낸셜타임스지는 지구촌 규모의 경쟁 때문에 결국 이해관계자경제학보다 주주경제학의 세계가 지배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장현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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