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타워’ 북 류경호텔, 인류 유산 꼽힌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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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의 류경호텔은 1989년에 착공됐다가 경제난에 따른 재원조달 문제로 92년에 공사가 중단된 이후 16년간 흉물로 방치돼왔다. 총 7억 500만 달러가 드는 대규모 공사였다. 지난해 4월에 공사가 재개돼 마무리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이왕기 목원대 건축과 교수 제공]

 총 105층, 높이 323m, 72도의 경사각을 이룬 피라미드꼴. 1987년 착공했을 때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호텔이자 일곱 번째로 큰 건물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89년에 오픈할 예정이었던 이 빌딩은 16년 넘게 ‘미완의 건축물’로 남아있다. 평양 보통강 구역에 자리한 류경호텔 얘기다. 최근 국내서 번역·발간된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 건축 1001』(마로니에 북스)은 이 호텔과 평양의 능라도 경기장을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 건축’의 하나로 꼽았다.

류경호텔이 선정된 이유는 남다르다. 아름답기보다는 ‘유령타워’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책은 “북한의 권력과 위풍을 보여주기 위한 진열품에 불과한 쓸모없는 구조물로 남아 있다”고 혹독한 평가를 내렸다. “규칙적으로 나열된 수많은 똑같은 창문들은 이 나라의 구조와 이데올로기의 은유적 표현으로 읽힌다”고 평했다. 이 책을 책임편집한 마크 어빙은 “선정 기준은 주로 여러 가지 아이디어와 영감을 주는 좋은 건축에 초점을 맞췄지만, 그 어떤 건축물도 흘러가는 세월 앞에 무력해짐을 보여주기 위해” 보기에 추한 건물도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북쪽에서 뽑힌 또 하나의 건물인 능라도 스타디움은 “거대한 규모(15만 석, 8층 높이, 바닥 면적 20만7000㎡)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다른 공립 건물과 달리 고상함이 느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에서 꼭 봐야 할 건축물로 꼽힌 임청각(1515·사진 上)과 파주 헤이리의 MOA건축갤러리(2004·下).

남쪽 건축물 중에서는 문화유산 네 곳과 최신 건물 두 건이 꼽혔다. 750년에 세워져 가장 오래된 건축인 안동 조탑동 5층 전탑은 보통은 따로따로 쓰는 두 가지 자재(하단부는 석재, 상단부는 벽돌)를 함께 썼다는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부석사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무량수전) 중 하나로 한국의 목공 기술을 엿볼 수 있는 아름다운 건축물”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 밖에 세계문화유산 중 하나인 종묘와 16세기 양반들이 살았던 목조 가옥인 임청각(경북 안동시)이 선정됐다.

파주 헤이리의 M0A건축갤러리와 파주 출판도시의 들녘 출판사 건물도 꼽혔다. 우경국씨가 설계한 건축갤러리는 “숲속에 떠 있는 자그마한 메아리 상자와도 같은 효과를 자아낸다”고 평했다. 들녘 출판사 사옥은 “접혀있는 스크린처럼 설계”돼 “건물이 지닌 기하하적인 특성이 내면의 공간에 잘 반영”됐다는 점에서 인정받았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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