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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대선 그후 1년] “정책 아닌 권력 인수했어야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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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겨울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정책’을 인수할 게 아니라 ‘권력’을 인수했어야 했다. 그 짧은 2개월 동안 어떻게 정책을 인수할 수 있겠나. 그게 우리의 치명적인 실수였다….”

얼마 전 대통령직 인수위의 핵심 관계자들이 만난 저녁 모임에서 ‘이명박 경선 캠프’ 출신 고위 인사가 이런 얘기를 꺼냈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맞는 얘기”라며 동감의 목소리가 나왔다고 이 고위 인사는 전했다. 현재 관가를 강타하고 있는 1급 공무원 물갈이 논란과 관련해서도 “새 정권이 출범하기 전부터 공직사회에 우호적인 토양을 미리 만들어 놓았어야 했다”며 푸념처럼 들려준 얘기다. 구체적인 정책보다 정책 수행을 위한 분위기와 토양을 굳건히 다졌어야 했다는 복기(復棋)인 셈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19일로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지 꼭 1년이 됐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로선 좌파정권 10년이 만들어낸 견고한 구조 속에 방황했던 1년”이라고 회고했다. 지난 두 차례의 진보정권이 만들어낸 양극화의 틀을 탈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정권이 꺼내 든 정책들은 속수무책으로 쓰러져 갔다.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 불가피하게 접어야 했던 ‘747 공약(7%성장, 4만 달러, 세계7대 경제강국 진입)’은 그렇다 쳐도 MB 개혁의 상징이던 공기업 개혁과 한반도 대운하 역시 쇠고기협상 파문과 촛불집회 앞에서 무뎌졌거나 철회됐다.

종합부동산세 경감을 주장하면 ‘부자를 위한 감세’란 비판이 돌아왔다. 수도권 규제완화를 던지자 ‘지방 무력화’란 비판이 쏟아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두 번의 진보정권이 만들어낸 계급대립적·편가르기 프레임(틀)에 갇혀 뭇매를 맞느라 정신이 없었다”며 “대통령은 ‘일만 열심히 하겠습니다’고 했지만 일만 해선 안 되는 일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공직사회도 그리 우호적이지 않았다. 청와대가 “대운하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해도 국토해양부에선 대운하와 관련된 정부 기밀문서들이 언론에 계속 유출됐다. 검찰이나 감사원 등 권력기관들의 움직임도 둔하기 짝이 없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노무현 정부에서 출세가도를 달렸던 검사들이 ‘수사 못 하겠다’고 버티는 경우가 검찰 내부에서 많았다. 청와대와 감사원 사이에도 알게 모르게 불협화음이 잦았다”고 실토했다.

안 그래도 취약한 기반 속에 현 정부의 힘을 스스로 떨어뜨린 것은 권력 핵심들 간의 다툼과 부실한 정무감각이었다. 쇠고기 파문 외에 1기 청와대를 결정적으로 무너뜨린 건 정두언 의원과 박영준 전 기획조정비서관이 벌인 전면전이었다. 박 전 비서관,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과 곽승준 전 국정기획수석 등 측근들이 한꺼번에 물러난 청와대는 구심점을 잃고 말았다.

한 박자 늦은 대응으로 쇠고기 파문을 키웠던 청와대 정무라인은 박근혜 전 대표 측은 물론 주류인 한나라당 수뇌부와의 조율에도 번번이 실패했다. 이상득 의원계와 이재오 전 의원계, 정두언 의원을 비롯한 소장파로 갈려 사분오열된 공신그룹은 무기력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와 여권 핵심부는 2009년을 “정권의 명운을 걸고 일해야 하는 1년”으로 보고 있다.

1월에 새로 짜일 가능성이 큰 청와대와 내각의 진용이 그래서 승부의 키를 쥐고 있다는 게 여권의 상황인식이다.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 인사는 “뿔뿔이 갈려 있는 공신그룹, 여전히 협조에 소극적인 ‘친박근혜’ 세력은 물론 필요할 경우엔 자유선진당 출신의 인사들까지 포괄하는 최고의 팀을 만들어 내는 게 지상 과제”라고 말했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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