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내년 경제를 3% 성장시키겠다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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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부가 내놓은 2009년 경제운용계획에는 목표와 의지가 뒤섞여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3% 성장은 우리가 특별한 노력을 하면 이룰 수 있다고 믿는 일종의 목표”라고 고백했다. 정부가 제시한 대책을 살펴봐도 새로운 내용은 눈에 띄지 않는다. 한국형 뉴딜이나 녹색성장 같은 근사한 표현도 그동안 쏟아낸 단발 대책을 재포장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벌써 정책적 한계에 봉착한 게 아니냐는 느낌이 들 정도다. 다만 정부가 정책수단을 총동원하고 속도전을 약속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소비 감소와 투자 위축으로 가계·기업의 손발이 묶인 상황에선 당연히 정부가 확실한 의지를 갖고 전면에 나서야 한다.

국내외 경제 예측기관들은 한결같이 내년 상반기에 최악의 상황이 닥칠 것으로 예고하고 있다. 정부가 내년 경제운용의 초점을 위기관리에 맞춘 것이나, 일자리 만들기→일자리 지키기→일자리 나누기로 후퇴하는 대목을 봐도 얼마나 암울한 상황이 전개될지 짐작할 수 있다. 모두 악전고투를 각오해야 할 단계에 접어들었다. 경제 난국을 헤쳐나가려면 가계·기업·정부가 고통을 분담하면서 최대한 버텨내는 수밖에 없다. 일단 글로벌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아야 재도약의 기회를 엿볼 수 있다.

내년 경제운용 계획의 각론을 하나씩 따질 필요는 없다고 본다. 오히려 이런 때일수록 정치·사회적 총론이 더 중요하다. 우선 충분한 대국민 설득 없이는 구조조정과 고통분담이라는 상충된 정책목표의 달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또 비정규직 사용 제한기간 완화, 은행의 자본 확충을 위한 공적자금 조성, 추경예산 추가 편성 등은 모두 법을 바꾸거나 국회의 협조가 필요한 사안이다. 사회를 통합할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과 경제주체들의 상호 신뢰 없이는 경제 난국을 돌파하기 쉽지 않다. 이런 점에서 정부와 정치권부터 자세를 바꿔야 한다. 올해처럼 행동보다 말이 앞서거나 한두 박자씩 늦은 대응은 곤란하다. 정당들이 경제위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해서도 안 될 일이다. 이런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내년 경제는 일부 민간 예측기관의 불길한 예언대로 마이너스 성장까지 경험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