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파배우 박광정 끝내 사망, 서울대병원 빈소 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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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박광정 빈소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배우 겸 연극연출가 박광정이 15일 9개월간의 폐암 투병중 사망했다.

지난 3월 처음 폐암 소식을 접한 박광정은 4월 SBS '김승현 정은아의 좋은아침'을 통해 폐암 투병 사실을 세상에 알렸다. 하지만 박광정은 "주위 사람들이 걱정할까봐 걱정이다. 사람은 누구나 다 아플때도 있는 것"이라고 말하며 특유의 여유로움을 보였다. 또 당시 주변인들의 우려에 화답이라도 하는 듯 MBC '누구세요' 등에 출연하고 자신이 운영하는 연극극단 파크에서 제작한 '서울노트' 연출을 맡는 등 의욕적인 연기 열정을 불태웠다.

1962년 1월 19일 광주 출생에 박광정은 1992년 영화 '명자 아끼꼬 쏘냐'로 배우로 이름을 처음 올렸다. 하지만 박광정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것은 1992년 연극 '마술가게'를 연출하고 이 작품으로 1993년 백상예술대상 신인연출상을 수상하면서다.

이후 박광정은 충무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영화 '비명도시' '세상밖으로' '꽃잎' '홀리데이 인 서울' 등에서 다소 병적이면서도 소심한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다. 박광정 특유의 연기가 세상에서 빛을 발한 것은 1997년 영화 '넘버3'에서 랭보 역할을 맡으면서다. 박정광은 비록 비중이 큰 분량은 아니었지만 다소 코믹하면서도 병적인 탐미적 성향을 가진 3류 시인 랭보 역을 소화해 내면서 영화계에서도 그 입지를 한층 공고히 했다.

박광정은 꾸준히 자신의 극단을 운영하며 '저 별이 위험하다', '비언소(蜚言所)' 등의 작품을 연출했고 2003년 MBC '좋은사람'을 통해 브라운관에도 연기영역을 확장한다. 박광정은 '압구정 종갓집' '단팥빵' '뉴하트' 등을 통해 주로 소시민 캐릭터를 연기했다. 때로는 까칠하고, 때로는 한없이 좋은 사람 같지만 결국 박광정의 연기는 소시민의 삶에 애환을 관통하는데 집중돼 있었다. 때문에 박광정의 연기하는 캐릭터들은 내내 당하면서도 당당하고 비겁한 듯하면서도 미워할 수 없는 여린 구석을 가졌다.

박광정은 2007년 영화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를 통해 자신의 연기인생 처음으로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연극연출, 영화, 드라마 어느 한 장르에서도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던 박광정은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에 이어 올해 1월에는 캐이블 체널 드라맥스의 '대박인생'으로 주연을 맡게 되며 연기자로서 정점을 달렸다.

하지만 곧 청천벽력 같은 폐암선고가 내려졌고 박광정은 당분간 연기를 할 수 없었다. 박정광의 지인들에 말에 따르면 폐암 선고 이후도 꾸준히 치료를 받으며 연기와 연출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않았다고 한다. 2008년 12월 결국 박광정은 병마와의 싸움에서 이기지 못하고 46살의 짧은 인생을 살다 세상을 떠났다. 연출가로서 완숙미를 뽐내고 배우로서 절정의 순간에 한 연기 예술가의 꿈이 영원히 잠들어 버렸다.

[뉴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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