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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낯뜨거운 'KOREA 술잔' 알고보니 중국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1일 오후.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10명 중 9명이 찾는 한국 전통문화 1번지 서울 인사동.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인사동 거리에는 기념품을 사려는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거리는 가게 마다 펼쳐 놓은 형형색색의 제품들로 넘쳐났다.

관광객들 사이에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은 스카프, 천 필통, 휴대전화기 주머니 등 각종 섬유 제품들이다. 가격은 개당 2000원에서 1만원 대로 비교적 저렴하다. 한쪽에서는 나무로 만든 ‘주몽검’과 ‘주몽활’이라는 이름을 단 한류 관련 상품을 팔고 있었다. TV 드라마 ‘주몽’이 해외에서 인기몰이를 하자 이를 관광기념품으로 만든 것. 개당 3000~4000원짜리 제품이었다. 말레이시아에서 친구들과 함께 인사동을 찾은 한 여성 관광객은 “친구들에게 나눠 줄 기념품을 사러 왔는데 정말 싸다”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기념품들이 값이 싼 데는 이유가 있었다. 지업사의 한 점원은 “모두 중국에서 만들어 들여오기 때문”이라고 귀띔해줬다. 그는 “인사동 가게들 사이에 판매 경쟁이 치열해 다른 가게에서 파는 저가 중국제품을 안 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관광객들이 자신이 구입하는 제품이 중국산이라는 사실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대다수 중국산 제품에 제품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제품에는 원산지와 기획재정부 고시 소비자 피해보상 규정등을 명시해야 하지만 중국산 기념품에는 이러한 정보가 전혀 없다. 일부 제품에는 제품과 포장 비닐에 ‘Made in China(중국산)’라는 작은 영문 스티커가 붙어 있기도 했다. 그것마저 일부 가게에서는 스티커를 뗀 채 판매하고 있었다. 이들 제품들은 교환이나 환불도 안 된다. 상점들은 아예 안내문에 ‘교환 환불 안됨’이라고 적어 놓았다.

더구나 이들 중국산 기념품 중에는 불법 제품들도 있다. 배용준, 장동건, 이영애, 류시원, 소지섭 등 한류 스타들의 얼굴이 들어간 탁상용 달력, 볼펜, 자석 제품들은 한류 관광객들 사이에서 인기 상품이다. 스타들의 얼굴이 들어간 탁상용 달력은 개당 1만원. 상점 주인은 “9000원에 주겠다”며 구매를 권했다. 달력의 글자 인쇄 상태가 좋아보이지 않았다. 원산지를 묻자 상점 주인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한류 스타들의 얼굴이 들어간 팬시 제품들은 모두 저작권을 위반한 불법 제품들로 중국에서 만들어 국내로 들여온 것들이다.

일부는 낯뜨거운 외설적인 그림이 들어간 중국산 제품도 버젓이 판매하고 있었다. 한복 차림의 남녀가 상반신의 대부분을 드러낸 모습으로 서로 껴안고 있는 그림이 담긴 술잔은 5개에 3000원. 술잔에는 ‘KOREA’라는 글자가 선명했다. 점원은 ‘국산’이라고 말했지만 확인 결과 제조판매원은 중국 제품을 떼다가 국내에서 판매하는 모 교역상사였다.

박정준 인사동전통문화보전회 회장은 “한국을 알리는 물건인데 국적 불명의 기념품들을 팔아서는 안된다며 상인들을 설득도 해봤지만 허사였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인사동 거리가 중국산 기념품을 파는 곳으로 전락했다”며 안타까워했다.

김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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