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고 싶은 이야기들-올림픽 30年·태권도 40年] 73. 남북 동시입장 (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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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 만찬장에서. 오른쪽에서 둘째가 필자.

2000년 새해 벽두부터 남북 화해무드가 무르익고 있었다. 남북 정상회담도 추진됐다.

대한체육회장으로서 남북 체육교류 방안을 생각했다. 올림픽 단일팀 구성도 생각해봤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고, 올림픽 동시입장은 추진해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미 동서독이 동시입장은 하고 경기는 따로따로 한 예가 있었다. 독일의 바하 IOC 위원에게 다시 한번 확인했다. 단일팀은 훈련 문제, 훈련비 문제, 종목 출전 자격, 비슷한 경기력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너무 많다. 그에 비하면 동시입장은 가능한 일이면서도 효과는 크다고 생각했다.

3월에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IOC 집행위원회가 열렸다. 사마란치 위원장을 만나 시드니올림픽 남북 동시입장 아이디어를 꺼냈다. IOC의 올림픽 이념은 청소년 교육과 평화다. 상당한 정치 식견과 야망이 있는 사마란치는 내 이야기를 듣는 순간 눈을 크게 뜨더니 “대찬성”이라며 반겼다. 나중에 다른 사람들에게 들으니 사마란치가 “김 위원의 머리가 이제 도로 돌아온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아마 솔트레이크 스캔들 이후 내가 조용해졌기 때문에 그렇게 느낀 것 같다.

사마란치는 집행위원회에서 “김운용 위원이 시드니올림픽 남북 동시입장을 제안했다. 나는 대찬성이다. IOC 차원에서 성사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사마란치는 남북 정상에게 동시입장을 제안하는 공한을 보내고 언론에 발표했다. 시드니올림픽 동시입장은 나의 아이디어를 사마란치가 받아들여 IOC 차원에서 추진했고, 한국 정부에서도 받아들인 것이다.

귀국한 뒤 나는 동시입장 준비를 어떻게 할 까 고민하고 있는데 정작 북한 당국이나 NOC에서 아무 회신이 없었다. 확인할 길도 없었다.

6월13일부터 15일까지 평양에서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다. 나는 남측 체육계를 대표해 특별수행단에 포함됐다. 남북 동시입장에 대한 북측의 답을 받아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모든 대화는 형식적이었다. 나는 남북 사회단체 회의에서 다시 동시입장을 제안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지나가다가 나만 보면 “이야기 잘됐느냐”고 물어본다. 나는 “그냥 이야기하고 있습니다”라고만 대답했다. 실제로 아는 게 없었다. 북한의 장웅 위원도 아무 대답을 하지 못했다.

김정일 위원장을 만났다. 김 위원장은 나에게 “무엇을 해드리면 되느냐”고 물었다. 기다리던 질문이었다. “지금 시드니올림픽 개회식에 남북팀 공동입장을 제안하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거기에 대해서는 대답을 하지않고 “남북이 합쳐서 세계를 제패할 수 있는 스포츠가 무엇입니까”라고 물었다. 생각해보니 축구도 아니고, 태권도도 아니고, 갑자기 탁구 생각이 나서 “탁구입니다”라고 대답했다. 1991년 일본 지바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에서 남북 단일팀이 세계를 제패했다. 그때 나가노에서 열린 연습개시식에서 내가 축사를 한 적이 있다.

김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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