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복지부 국책사업도 로비했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박 회장과 노건평씨 벤처 대박 노렸나=제보에 따르면 박 회장은 2004년 3월 리얼아이디테크놀러지를 인수했다. 지문인식 기술 등을 보유한 보안 시스템 업체다. 노무현 대통령의 형 건평(66·구속)씨도 10억여원을 차명으로 이 회사에 투자했다. 노씨는 당시 자신이 소유한 정원토건이 태광실업으로부터 받은 공사대금 중 일부를 투자금으로 충당했다. 그는 이 때문에 횡령 혐의로 추가 조사를 받고 있다.

조세 포탈, 증권거래법 위반, 뇌물 공여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10일 밤 15시간에 걸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 회장은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말했다. [김경빈 기자]


박 회장은 이후 보건의료 정보화 사업을 추진하는 고위 공직자들을 꾸준히 접촉했다고 한다. 이 사업의 보안 솔루션 부문에서 참여 업체를 선정할 때 박 회장의 회사가 참가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청탁을 했다는 것이다. 제보 내용엔 박 회장 측이 접촉한 고위 인사들의 명단이 구체적으로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보건의료 정보화 사업은 2004년부터 보건복지부가 추진했다. 전국의 의료기관 정보와 개인 의료기록 등을 통합전산 시스템으로 관리하자는 취지로 노무현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사업 중 하나였다.

보건복지부는 2005년 말 사업추진단을 꾸리면서 사업을 구체화했다. 5년간 1조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하는 대형 국책 사업으로서의 청사진이 제시됐다. 태광실업은 2004년 5월 리얼아이디테크놀러지와 30억원 규모의 통합보안 시스템 구축 사업을 체결해 회사의 외형을 튼실하게 만들었다. 검찰 관계자는 “박 회장과 노씨가 리얼아이디테크놀러지의 주식을 소유한 경위가 보건복지부의 사업 추진과 맞물려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닮은꼴 로비 벌였나=박 회장과 노씨의 투자는 실패로 끝났다. 보건의료 정보화 사업도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각종 법규 정비와 의료 업계의 반발 등으로 사업이 유명무실해졌다. 리얼아이디테크놀러지의 주가는 장외거래에서 한때 1000원까지 올랐지만 현재는 10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태광실업은 지난 10월 이 회사의 경영권을 다른 회사에 넘겼다.

노씨는 현재까지 이 회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투자금 대부분을 날렸다. 검찰은 그러나 박 회장과 노씨의 로비가 있었는지를 확인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를 통한 로비 구도가 박 회장의 정·관계 로비를 규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검찰은 박 회장의 자금 흐름에도 주목하고 있다. 박 회장과 노씨가 2005~2006년 농협과 당시 농림부의 이권 사업이었던 세종증권·휴켐스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돈을 번 것과 비슷한 전략으로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로비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김승현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J-HOT]

▶ "은행원, 아마추어가 '이승엽 연봉' 받는게 말 되나"

▶ 홍석천 "月35만원 단칸방 살다 8년만에 40억 모아"

▶ "한강의 기적 無에서 시작, 독일보다 놀라워"

▶ '세계 100대 코스'에 선정된 한국의 골프장

▶ 바람피운것 아내에게 고백하면 안되는 이유

▶ 김성환 큰아들 결혼식 하객1500명 여의도 일대 마비?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