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서울 동대문시장 제일평화시장 보도 위에는 컨테이너 박스가 하나 서 있었다. 길거리의 가로판매대나 구두수선점을 닮은 이 시설물 윗부분에는 ‘관광안내소’라는 글자가 한글과 영어로 큼지막하게 붙어 있었다. 이곳에서 30m 떨어진 광희패션몰과 남평화시장 앞 보도 또는 차도 위에도 유사한 철제 컨테이너 4개가 자리를 차지했다. 창문이 굳게 닫힌 이들 컨테이너에는 ‘TOURISM INFORMATION’ ‘觀光案內所’라는 문구를 큰 글씨로 적어놓았다. 겉 유리창은 검은 비닐로 코팅돼 있어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다.
서울 동대문 남평화시장 앞 차도 위에 있는 컨테이너. ‘관광 안내소’라고 쓰인 컨테이너의 앞부분에는 ‘근무자 외 출입금지’라는 문구도 적혀 있다. 사실상 상가 경비 초소인 컨테이너는 불법 시설물이다. [강정현 기자]
남평화시장 차도 앞에 서 있는 컨테이너 외벽에는 붉은색 글씨로 ‘근무자 외 출입금지’라고 경고하고 있었다.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 봤다. 가로 6m, 세로 3m 크기에 작은 책상과 긴 소파 하나, TV가 한 대 놓여 있었다. 관광안내 지도나 책자는 비치돼 있지 않았다. “관광안내도 같은 것은 없느냐”고 묻자 안에 있던 30대 남성에게서 “그런 거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런 모습의 컨테이너가 반경 100m 거리 안에 다섯 개나 됐다.
10년째 이곳에서 장사를 해 왔다는 한 식당 주인은 “상가들이 세운 경비초소”라며 “젊은 사람이 안에서 대기하다 순찰을 도는 용도지 관광안내소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웃 옷가게 주인도 “보도나 차도 위에는 경비초소를 세울 수 없으니까 관광안내소인 것처럼 꾸민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동대문시장에서 가장 큰 도로인 흥인문로에서도 제대로 된 관광안내소를 찾을 수 없다. 두타·밀리오레·헬로apM 등의 쇼핑센터와 흥인문로를 마주하고 있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 공사장 앞 보도에는 관광안내소 위치 안내판 3개가 신호등이나 가로등 기둥에 붙어 있었다. 가로 30㎝, 세로 50㎝ 크기인 안내판에는 한글·한자·영어로 ‘190m 앞에 관광안내소’ 식의 문구가 적혀 있다.
하지만 안내판을 따라간 곳에는 10m 높이의 공사장 철제 울타리가 세워져 있었다. 이들 안내판은 서울시가 관리하고 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는 “세계적 관광 명소로 키우겠다”며 서울시가 올 봄 착공했다. 서울시는 ‘2010년 외국인 관광객 1200만 명 유치’를 목표로 내걸고 있다.
심원섭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연간 300만 명 이상의 외국인이 방문하는 서울의 대표 관광특구인 동대문에 기본적인 관광안내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은 것은 심각한 문제”라면서 “‘관광 서울’이라는 거대 담론을 내세우기보다 외국인들을 위한 세심하고 작은 배려가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성시윤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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