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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친스키 대통령 “한국 고등훈련기 T-50 구입하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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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폴란드 레흐 카친스키(59) 대통령이 한국·폴란드 국교 수립 20주년을 1년 앞두고 5~6일 방한했다. 1박2일 짧은 기간 동안 이명박 대통령과 한승수 총리를 만나고, 한국외국어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고,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하는 등 바쁘게 보냈다. 이런 와중에도 6일 오전 한국 언론들과 만나 속사포처럼 양국 간 교류 강화 방안을 쏟아냈다.

-방문 목적은.

“한국과 폴란드가 국교를 수립한 이후 양국 간 교역 규모는 일본-폴란드 보다 크다. 성능이 뛰어난 한국산 고등훈련기 T-50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 원자력 발전 선진국인 한국의 도움을 받고 싶다.”

-한국에 대한 인상은.

“‘한국’ 하면 유엔이 떠오른다. 폴란드는 DMZ를 감독하는 유엔 중립국감독위원회 소속 멤버다. 한승수 총리도 유엔 총회 의장과 기후변화 특사를 지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폴란드는 어떤 분야의 투자를 원하는가.

“우선 첨단기술 산업과 미디어 산업이다. 50대50 형태의 투자가 가능할 것이다. 폴란드는 민주화 이후 공업국가라는 명성을 쌓았지만, 아직 이 분야는 약하다.”

-최근 폴란드 정부가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낮춰 잡았는데 전망은.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4.8%에서 3.7%로 하향 조정했다. 미국발 금융위기의 원인도 있지만 지난 정권이 성장동력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것도 큰 문제다. 그나마 폴란드 은행은 건전하지만, 문제는 수출이다. 폴란드는 유럽, 그중에도 독일 수출 비중이 크다.”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두고 폴란드 내 국론이 분열됐다는데.

“1986년 체르노빌 사고 이후 원자력 발전에 대해 불안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체르노빌은 22년 전에 일어난 일이다. 지난 20년간 원전 기술은 크게 발달했다. 전력이 부족한 폴란드와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은 공동으로 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폴란드의 온실가스 감축 계획은.

“폴란드는 유럽 국가 중 이산화탄소(CO2) 배출을 가장 많이 줄인 기후변화협약 모범국이다. 최근 20년간 30% 정도 줄여 이미 협약 기준을 맞췄다. 앞으로 그린 에너지와 재생 에너지 개발을 위해 유럽 국가와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기후변화협약이 자리 잡으려면 미국·중국·인도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유럽이 CO2를 줄여 봤자 이들 3개국의 참여가 없으면 소용이 없다.”

-폴란드에선 언제쯤 유로화(EURO)를 쓸 수 있는가.

“고민이다. 전 정권은 2011년 유로화 전환을 추진했다. 그러나 지금 불이 나고 있는데 어떻게 불구덩이로 들어갈 수 있는가. 폴란드 통화 가치가 적정하게 올라야만 유로화 전환이 가능할 것이다. 정부 내에서는 2012년에 하자는 의견도 있고, 2020년에나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로 동유럽에서 공산주의에 대한 향수가 늘고 있다는데.

“지금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폴란드에서는 1990년대 초반 얘기다. 공산당이 93년 총선에서 승리했는데 그건 공산주의에 대한 향수가 아니라 민주화 세력의 분열 때문이었다. 폴란드 국민의 생활 수준이 높아져 공산주의는 더 이상 발 붙이기 힘들다.”

-올 8월 폴란드가 미국과 미사일방어(MD) 협정을 체결한 이후 폴란드-러시아 간 갈등이 커졌는데.

“MD 체결 이후 러시아와의 긴장이 고조되고, 러시아가 폴란드 국경에 군병력을 증강하고 있다. 그러나 MD는 러시아를 향한 것이 아니다. 미사일이 밀거래되고 있는 옛 소련 지역에 대한 전략이다.”

-지난달 남오세티야를 방문했을 때 그루지야 대통령과 동승한 차량에 대한 총격이 있었는데.

“남오세티야는 기본적으로 그루지야가 주권을 행사하는 지역이다. 러시아가 휴전을 제안했으니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 누구의 소행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나와 그루지야 대통령이 동승한 차량에 총격을 가한 것은 유감이다.”

-2012년 유럽 축구 선수권 대회를 개최하는데 준비 상황은.

“착착 준비하고 있다. 유일한 문제는 도로다. 폴란드 국내법 때문에 도로 확충에 어려움이 있다. 폴란드 재산법상 개인 소유 토지를 공용 도로로 수용하기가 힘들다.” 

레흐 카친스키 폴란드 대통령은 …

일란성 쌍둥이 형제가 동시에 폴란드 대통령-총리로 재임했다. 2005년 12월 대통령에 취임한 동생 레흐는 2006월 7월 형 야로스와프를 총리에 지명했다. 야로스와프는 지난해 11월 퇴임했다. 1949년 6월 18일 바르샤바에서 45분 차이로 태어난 이들은 62년 아동 영화 ‘달을 훔친 둘’에 쌍둥이 형제 배역으로 출연해 처음으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각각 언론인(형)과 법학 교수(동생)의 길을 걷던 형제는 80년대 말 민주화 운동에 투신했다. 공산 정권이 무너진 뒤 처음 열린 89년 총선에서 두 사람은 나란히 하원 의원에 당선했으며, 2001년 가톨릭계 보수 정당인 PiS를 창당했다. 대통령인 동생 레흐는 결혼해 딸 한 명을 두고 있으나, 총리를 지냈던 형 야로스와프는 결혼하지 않고 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다.

글=강병철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T-50=국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최초로 자체 개발한 초음속 훈련기. 미국 방위산업 기업 록히드 마틴의 도움을 받아 1997년 개발하기 시작해 2003년 초음속 비행에 성공했다. 별칭은 ‘검독수리(골든이글)’. 최대 속도 마하 1.5. 가격은 2000만~2500만 달러(약 300억~375억원). 지난해 8월 터키에 4억 달러어치를 수출하기로 계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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