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뇨기과 질환, 잘 몰라서 병 키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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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수적인 의료계에서 여성이 비뇨기과 전문의를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성에 대한 치료까지 표방하고 나선다면? 최근 『맘에 드는 구두가 섹스보다 낫다면?』을 펴낸 김경희(사진·코넬여성비뇨기과의원) 원장은 우리나라 여성비뇨기과 전문의 3호다. 그의 책 제목이 좀 아리송하다.

그는 “ 우리 사회는 여전히 성에 대한 남녀의 이해와 관심이 다르다”며 “아내가 남편 대신 구두를 선택한다면 그들 부부의 성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고 반문한다. 성에 대한 편견과 왜곡된 시각을 바로잡아야 건강한 성 문화를 가질 수 있다는 것.

그는 부산의대를 졸업하고, 이윤수비뇨기과 여성클리닉 과장, 서울특별시립 동부병원 비뇨기과 과장을 거쳐 최근 개원하기까지 수천 명의 남녀 비뇨기 환자를 다뤘다. 그는 한국 사회가 여전히 성과 비뇨기 관련 질환에 무지하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아내의 질경련으로 몇 년 동안 섹스를 하지 못한 신혼부부도 있었어요. 약물로 이완시키고, 점차 강도를 높이는 전기자극 치료를 하면 4∼12회면 쉽게 완치되는 데도 말입니다.”

여성에게 흔한 방광염이나 과민성방광 등도 대부분 방치해 병을 키운단다. 감염에 의한 방광염은 방광벽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 따라서 균을 배양해 세균 내성을 분석한 뒤 균에 강한 항생제를 선택해 사용하면 간단하게 치료된다.

그는 빈뇨·절박뇨·야간뇨 등 배뇨장애를 일으키는 과민성방광 역시 적극적으로 치료받을 것을 권했다.

“방광이 제멋대로 수축하는 것을 조절하는 항콜린성 약물도 있고, 여기에 배뇨 간격을 늘리는 행동치료를 하면 대부분 극복합니다. 이도 안 되면 전기를 이용한 자기장 치료를 시도하지요.”

그는 요실금 수술에도 독특한 기법을 구사한다.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복부에 끈을 심어 조여주는 재조정식(TRT)방식을 쓴다는 것.

“이러한 여성 질환들이 모두 여성의 성생활을 방해하는 요인입니다. 아내가 잠자리를 피하면 남자도 결국 왜곡된 성행태를 보이거나 발기불능으로 이어집니다.”

그는 앞으로 여성비뇨기과 전문의의 역할과 비중이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저서에서 그는 왜곡되고 사회병리적인 섹스행태를 다루면서도 늘 애정 어린 진단과 처방을 함께 담는 것을 잊지 않았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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