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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금융 다단계 사기, “꼬박꼬박 입금되던 배당·원금에 속아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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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많은 배당금에 일자리까지 준다는 말에 그만…. 이렇게 사기를 당할지 정말 몰랐어요.”

26일 대구시 삼덕동의 ㈜리젠 삼덕센터 사무실. 장미선(62·가명)씨는 땅이 꺼질 듯 한숨만 내쉬었다.

그는 은행에서 대출받은 8000여만원과 동생·올케 등 친인척 5명에게서 빌린 1억2000만원 등 모두 2억여원을 날렸다. 장씨는 “식당일·공사장 인부·노점상 등 20여 년간 뼈가 부서지도록 일했는데…”라며 울먹였다.


그는 지난해 2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1년9개월간 리젠 삼덕센터에서 일했다. 평소 알고 지내던 ‘이웃 동생’의 권유로 이 회사에 발을 들였다고 한다. 이웃 동생은 의료기기 임대사업에 돈을 투자하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했다. 출근해 일하면 80만원의 월급을 준다는 말도 했다. 출근 조건은 한 계좌(440만원·의료기기 한 대 가격) 이상 ‘투자’하라는 것이었다. 회사 측이 이 의료기기를 임대해 수익을 낸 뒤 8개월간 32%의 배당금을 준다고 했다. 440만원을 내면 8개월 뒤엔 581만원이 되는 셈이다.

리젠은 대구시 신천동에 있는 회사의 웰빙체험센터 이용권을 주기도 했다. 안마기·골반교정기 등 여러 가지 건강기기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었다. 장씨는 ‘이런 기기를 임대해 이익을 내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웃 동생의) 계좌를 보니 배당금과 급여가 꼬박꼬박 입금돼 있었어요. 미심쩍긴 했지만 수익률이 높고 직장도 얻을 수 있다는 말에 솔깃했지요.” 그는 출근하기 전인 지난해 1월 중순께 시험 삼아 반 계좌(220만원)를 넣었다. 약속대로 1주일 뒤부터 원금과 배당금 1만7500원이 매일(월∼금요일) 입금됐다. 하지만 출근 다음 날부터 센터장·본부장 등 관리자들이 ‘투자 유치’를 요구했다.

결국 은행에서 대출을 얻어 투자했다. 대출금은 8000만원으로 늘었다. 회사의 독려에 동생·올케 등 친인척까지 끌어들였다. 배당금·월급·유치수당은 꼬박꼬박 지급됐다. 투자한 돈에서 나오는 배당금 중 일부는 생활비로 쓰고 나머지는 다시 투자했다. 1계좌를 넣으면 10만원의 유치수당도 나왔다.

올 7월 1일 배당금의 계좌 입금이 갑자기 중단됐다. 대신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만 입금액이 통보됐다. 장씨는 “센터의 책임자가 ‘계좌로 입금하면 세금이 많이 나온다. 돈이 필요한 사람은 센터에 직접 신청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장씨는 돈을 불리기 위해 다시 투자했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경찰이 수사를 본격화하면서 회사는 문을 닫았고 임직원도 모두 잠적했다. 그는 요즘도 매일 삼덕센터에 나간다. 돈을 돌려받을 방법을 찾기 위해서다. 장씨는 “경찰에서 투자금을 찾아 원금 일부라도 돌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구=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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