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좌파 사회당 첫 여성 당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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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프랑스 제1 야당인 좌파 사회당의 새 당수에 여성 정치인 마르틴 오브리(58·사진)가 선출됐다. 사회당 전국위원회는 25일 저녁(현지시간) 재검표까지 가는 확인 절차 끝에 북부 도시 릴 시장인 오브리를 새 대표로 확정지었다.

재검표 결과에 따르면 오브리 신임 대표는 세골렌 루아얄(55) 전 대선 후보를 102표 차로 따돌리며 승리를 확정지었다. 이에 따라 오브리는 사회당 역사상 최초의 첫 여성 대표로 기록되게 됐다.

오브리는 1998년 리오넬 조스팽 전 총리 정부 시절에 노동부 장관으로 일하면서 ‘주당 35시간 근로제’ 도입을 주도한 인물이다. 당시 오브리는 1932년부터 82년까지의 통계를 근거로 900만 명의 정규 노동자가 노동시간을 10% 줄이면 추가비용 없이 약 70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사용자들에게 제시하고 설득했다. 그러나 그의 예상은 빗나갔다. 법안이 목표했던 실업 문제가 오히려 정식 법안이 발효된 직후인 2001년부터 더 나빠졌다. 근로시간 축소로 업무 강도가 세지고 임금 동결이 발표되기도 했다. 이는 결국 사회당의 실권으로까지 이어졌다.

프랑스 정부는 2005년 민간부문에서 노사 합의를 거쳐 주당 48시간까지 일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35시간 근로제를 사실상 철회했다.

11년간 사회당을 이끌어온 프랑수아 올랑드의 뒤를 이어 새 대표를 맡게 된 오브리는 25일 전국위의 경선 결과가 확정된 뒤 “새로운 혁신을 위해 좌파를 중심으로 단결해 나가자”고 당내 단합을 호소했다.

사회당의 단합은 그만큼 시급한 과제다. 당장 오브리와 당수 경선에서 근소한 표차로 패배한 루아얄이 정치적인 견해차 외에도 인간적으로도 융화가 어려운 사이여서 당이 쪼개지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사회당은 새 대표 선출을 계기로 세 차례 연속 대선에서 패배한 후유증을 털어내고 내년 유럽의회 선거를 비롯해 2010년 지방선거, 2012년 대통령 선거에 대비해 당의 전열을 재정비해야 한다. 주당 35시간 근로제의 실패를 경험한 오브리가 다시 한번 큰 정치인이 되기 위한 시험대에 올랐다.

파리=전진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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